조동진의 귀농인 편지 [6]시골에 대한 편견 2
조동진의 귀농인 편지 [6]시골에 대한 편견 2
  • 경남일보
  • 승인 2018.10.0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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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일은 힘들다

먹고 살 것이 부족해서 온종일 땅을 파야 했던 옛날에는 농사일이 고된 노동이었다. 자식은 많고 땅은 적고 하니 자갈밭 한 뼘이라도 부지런히 가꾸고 밤늦도록 일을 해야 굶어죽지 않았다. 자식을 일곱 여덟 명 낳은 어머니는 산후 조리할 틈도 없이 논일 밭일을 했고 개울가에 가서 빨래를 했고 등잔불 아래서 바느질을 했다. 힘든 시절이었다. 농사일이 힘든다는 생각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어릴 적 보아왔던 그 잔상의 영향이 크다. 그런데 과연 오늘날에도 농촌의 현실이 그러할까. 거머리에게 물려가며 온종일 허리를 구부려 온 동네 사람들이 힘을 합쳐 모내기를 하던 옛날과는 달리 오늘날은 두어 사람 정도가 이앙기 한 대로 순식간에 모내기를 끝내버린다. 특히 요즘은 모내기도 하지 않고 볍씨를 직접 파종하는 기술까지 나왔고 급기야 드론에 볍씨를 매달아 순식간에 파종을 하기까지 한다. 수확도 마찬가지이다. 간짓대에 100촉짜리 전구를 매달아 밤늦도록 왱왱거리는 탈곡기를 밟아가며 나락을 털어 타작을 하던 옛날과는 달리 콤바인이 한번 지나가면 자루에 담겨져서는 미곡처리장으로 가서 마무리되는 것이다. 논 주인인 박영감님은 전화 한통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다. 이렇게 달라진 경종농업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농사일이 힘들 수 있는 부분은 소규모의 밭농사이다. 특히 의욕이 앞선 귀농 귀촌인이 빠지기 쉬운 수렁이다.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애착이 크고 모든 먹을거리를 내 손으로 재배하고 도시에 있는 지인과 친척들에게 나눠주고 싶어서 몇 백 평이나 되는 밭을 덥석 시작하는 것이다. 밭농사는 기계화하기가 힘든다.
 


특히 단일 작목이 아닌 다양한 작물을 심었을 경우엔 일일이 손으로 경작을 해야 한다. 일정 규모가 넘으면 농약을 치지 않을 수 없다. 백평이 넘는 밭을 친환경으로 재배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죽음이다. 따라서 이를 예방하는 방법은 욕심을 버려야 한다. 노지에 100평 200평 농사를 해봐야 돈은 안 되고 골병만 든다. 그러기에 두 식구 먹을 정도의 적절한 규모의 밭농사를 하는 게 정답이다. 밭농사는 20평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 내가 고추를 심어 김장도 하고 콩을 심어 메주도 만들고 간장 담그고 깨를 심어 참기름까지 짜려고 하지 말고 날것으로 먹을 수 있는 고추 10포기, 상추, 부추, 토마토 두어 그루, 쌈배추 몇 포기, 가지 댓그루 등등 반찬거리 정도만

심으면 된다. 밭농사를 해서 돈을 벌겠다든지 지인들에게 나눠 주겠다든지 하면 골병의 지름길이 된다. 김장 고추는 동네 할머니에게 사서 담그라. 고추를 사면서 할머니 고추를 참 잘 기르셨네요 하며 만원정도라도 팁을 드려보라. 1년동안 할머니는 동네에 당신을 칭송하며 다닐 것이다. 농사일에서는 욕심을 절대 부려서는 안된다. 그리고 아무리 작은 텃밭이라도 풀은 고민거리이다. 돌아서면 풀이 돋아난다고 한다. 왜 그럴까. 풀씨는 온 땅에 다 존재한다. 그러기에 오늘 풀을 뽑아도 이삼일이면 또 돋아난다. 이러하기에 풀은 뽑으면 안 된다. 매어야 한다. 즉, 풀 한포기만 뽑는 게 아니고 흙을 전부 뒤집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을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싹이 돋아나는 무렵, 아직 뿌리가 내리기 전 시점에 삼각호미로 흙을 긁어주든지 그도 귀찮으면 코팅장갑을 끼고 두 손으로 흙을 휘적거려 주면 된다. 그러면 일주일은 잠잠하다. 일주일 후에 다시 십분 정도 휘적거리면 된다. 풀과의 전쟁(?)은 없다
 


과수원은 1000평 이내로 해야 놉을 쓰지 않고 경작이 가능하다. 인건비를 주고 경작을 하면 답이 없다. 나 혼자 쉬엄쉬엄 해야 하는 것이다. 과수원의 풀은 예초기로 베어야 한다. 과수원은 풀이 어느 정도 있는 게 과수에게 좋다. 소위 살아 있는 땅인 것이다. 제초제를 쓰지 말고 베어줘야 한다. 초보자들은 예초기 날을 쇠날로 하면 위험하다. 돌에 부딪치면 불이 번쩍 나면서 위험하다. 그러기에 긴장을 하게 되고 그러면 예초작업을 하고 나면 온 몸이 뻐근하다.

따라서 초보일 때는 줄 날을 사용하야 한다. 그러면 안전하기도 하고 후유증도 덜 하다. 웰빙 귀농의 첫걸음은 욕심을 버리고 요령을 익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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