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내일, 나 빼면 안돼!
[경일시론]내일, 나 빼면 안돼!
  • 경남일보
  • 승인 2018.10.1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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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객원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회장)
미국서부의 아름다운 해변도시, 샌프란시스코에 2012년 입학경쟁률이 무려 100대 1이 넘는 새 대학이 생겼다. 이름하여 미네르바 스쿨(Minerva School)이다. 당시 20여명의 입학생이 전부였으나 지난해는 2만 여명이 몰려 200명 정도의 입학생을 뽑았다. 우리 개념으로 보면 한 단과대학, 한 과 정도의 규모다. 교정, 캠퍼스가 없고 전 세계에 산재해 있는 기숙사가 있을 뿐이다. 전통 교수방식인 강의식 혹은 교육자와의 대면식 강의가 거의 없다. 온라인식 교수법을 지향한다. 사전학습을 통해 토론방식 위주의 이른바 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에 집중한다. 국제감각 수용, 지역사회와의 연계에 커리큘럼의 상당부분을 할애한다. 재학생의 8할 정도가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으로 그중 9할 이상이 장학금을 받는다. 미국 최고 수준의 강사진을 구축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서북지역에 위치한 에꼴 42구역에 ‘에꼴(Ecole) 42‘라는 대학이 생겨난 것이 2013년의 일이다. 세계의 IT인재가 모여든다는 새 명문대학이다. 3무(無), 교수와 교과서와 등록금이 없다. 천명 남짓의 정원에 매년 5만명 이상이 응시한다. 세상에서 불거지는 사회현상에 대한 문제 해결방식의 열쇠를 학생스스로 찾게하는 동기부여 어필 목록이 커리큘럼의 특색이라면 특징으로 꼽겠다. 학습자간의 팀웍을 중시하면서 공동체형 창의인재 육성, 자기주도성 학습역량을 배양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혁신과 변화에 대응하는 고등교육의 절박함을 읽기에 충분한 사례다.

외국 고등교육 패러다임을 일괄하여,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고 분석하는 일이 반드시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나라마다의 문화와 학습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만 학사구조에서 학교편재까지 모든영역에서 엄격한 통제의 끈으로 묶여있는 우리의 현실과 비교하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삶의 비용편익, 그 효능성이 간과된 채 너도 나도 대학에 가야하는 고등교육의 보편화가 지속되는 현실을 적용하면 더욱 그렇다. 작지만 특성화된 외국의 두 신생 대학운영 사례는 한 해 수천만원에 이르는 비싼 학비, 입학 학령의 급속한 감소에 따른 대학의 ‘묻지마식’ 경쟁체제에서 보는 우리대학의 체질변화 경각을 주는 단면적 사례로 인식된다.

내일, 미래를 준비함에 있어 더 처절하게 대처해야 할 영역이 교육분야만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범주, 갖가지 일에 감응할 전열을 갖추어야 한다. 우리는 불과 수천명의 인원으로 20여억 가입자를 확보한 플랫폼 사업자 위세를 목격하고 있다. 장구한 시간속의 찰라로 인식될 단 10여년 전에 등장한 스마트폰이 세상 일 상당 영역을 대신하고 처리한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어느 석학은 이미 수 십년 전부터 생산주체로써의 인간의 역할과 기능이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다고 경고한바 있다.

인공지능으로 대체된 무수한 작동능력 출현으로 사람과 기계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 일하는 사람들에게 해고 통지서가 쉼 없이 전달되고 있는 셈이다. 인간의 절박한 필요에서 만들어진 인공지능에 오히려 인간성이 함몰되고 있다. 인간관계의 축소나 단절이 영원불멸의 인간적 존재가치가 훼손되는 셈이다. 내일, 미래에 펼쳐질 일에 내가 소외되는 경우를 스스로 방지해야 한다. 은퇴한 장년, 노년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성회복, 인간관계의 복원이 변화와 혁신, 소통과 융합이라는 4차 산업혁명기 현상을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중대한 수단이다. 부모형제, 친구나 함께 일하는 주위의 동료에게 지금 한 폭의 눈길을 보태는 일도 그 작은 실천될 것이다.

 
정승재(객원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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