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교육도 필요하다
한자교육도 필요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18.11.0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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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명상지도사)
강신

나무사이로 불어오는 자연바람이나 실컷 맞아볼 요량으로 월아산으로 향했다. 땀이 많은 체질이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숲길을 따라 살금살금 각시걸음으로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역시나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끈적거리지 않고 맑고 청량한 것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청곡사 일주문이 보일 즈음 앞서가던 20대의 젊은 연인들의 대화를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되었다. 청년이 “나는 한문은 전혀 몰라”하니까 소녀가 “나도 그래”하면서 맞장구를 친다. 이어서 청년이 “네 이름은 순 한글로 지은 것이니?”하니까 소녀가 “미주? 잘 모르지만 아마 그럴걸”한다. 내 짐작으로 소녀의 이름 미주는 아름다울 미(美)에 구슬 주(珠)로 한글로 풀이하면 ‘아름다운 구슬’이 아닐까 짐작 해보면서 괜히 끼어들고 싶은 충동을 애써 눌렀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는가? 청년이 일주문 현판을 보면서 이렇게 읽었다. “머머 머머 머머” 내가 보니까 거기에는 ‘월아산 청곡사’라고 새겨져 있었다. 아무리 한문을 배우지 않은 세대라 해도 이십대 후반이면 최소한 월(月)자와 산(山)자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생각은 내 욕심인가. 그러니까 ‘월머산 머머머’정도는 읽어야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예능 프로그램 중 네 살배기 삼둥이가 지리산 청학동 훈장님께 한자를 배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훈장님은 천자문의 첫 구절인 천지현황(天地玄黃)을 걸어두고 삼둥이 들에게 음을 가르쳐주고 한명씩 읽어보라고 하자 막내가 “하늘천 따지 검을현 누룽지왕”이란 기상천외한 답변으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

2016년 한글 전용을 지정한 국어기본법 제3조(국어란 대한민국의 공용어로서 한국어를 말한다. 한글이란 국어를 표기하는 우리의 고유문자를 말한다.)가 위헌이라고 학부모와 대학교수 333명이 2012년 10월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한자어는 굳이 한자로 쓰지 않더라도 앞뒤 문맥으로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낱말에 담긴 뜻은 결국 그 단어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실제 생활에서 그 단어를 사용하는 과정을 통해 정확히 이해하게 되는 것이므로.…. 한마디로 한글 전용이 위헌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우리말의 70%가 한자어이다. 모국어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고 기초적인 언어 학습을 해야 하는 초등학교 단계에서 부터 한자를 가르치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말과 우리글에 대한 이해와 사용능력이 어느 정도 갖추어진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선택적으로 한자를 가르쳤으면 좋겠다.

강신(명상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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