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동아리 시집 ‘눈꽃’을 발간하며
[교단에서]동아리 시집 ‘눈꽃’을 발간하며
  • 경남일보
  • 승인 2018.11.0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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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향(시인, 배영초등학교 교사)
가을산은 지금 온갖 색채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다. 쪽빛 하늘 아래 온 산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는 단풍나무, 노랗게 빛을 발하다가 발아래 노오란 양탄자를 선사하는 은행나무, 감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빨간 감들, 농촌의 들녘엔 바쁜 농부가 미처 거두지 못한 오미자 열매가 가지에 매달려 자연 바람으로 마르고 농부의 손길을 기다리는 발갛게 익은 구기자도 줄지어 매달려 있다. 도심에 갇혀 있는 우리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가을산과 농촌의 들녘, 이에 따라 분주한 농부들의 모습 등 이러한 대자연 변화를 느끼며 지내고들 있을까. 운동장 여기저기에 함박웃음을 폴폴 날리며 뛰어다니고 있는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자라고 있을까?

필자가 속해있는 학교는 올해 경상남도교육청이 주관하는 학생 인문 책 쓰기 동아리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출판비를 지원 받고 시 쓰기동아리를 운영하며 습작한 아이들의 시를 모아서 시집을 엮게 되었다. 작품들을 하나하나 음미해보면 짧은 시간 큰 폭으로 성장한 아이들을 느낄 수 있다.

필자는 지난 3년간 산골벽지분교에서 근무하며 이 공모사업을 들여와서 세 차례 전교생시집을 낸 바 있다. 문화 소외지역인 산골의 아이들에게 시 쓰기 교육을 실시하여 천혜의 자연 속에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의 심성을 일깨우고 시심을 끊임없이 퍼올려주고 싶었다. 벽지분교에서 근무할 수 있는 3년 동안 이 일에 몰입한 결과 아이들이 여느 교육활동보다도 대폭 성장하였을 뿐 아니라 각종 시 쓰기대회 및 시 낭송대회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괄목할만한 성과들을 쏟아내는 것을 느꼈다.

지식 위주의 경쟁사회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시 쓰기학습은 내면의 감성을 일깨워주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교육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심미적 감성역량과 창의적 사고역량을 위하여 꼭 필요한 교육으로 생각된다.

올해 시쓰기교육의 결과물인 학생 동아리 시집을 계절의 분기점에 내놓는다.

‘난 숲이 되고 싶어//평화롭고 넓은 마음을 가진/착한 숲/여러 가지의 색깔로 가득 찬/아름다운 숲//들판에 누워 꽃향기를 맡으며 하늘을 보면/꽃과 하늘이 어우러져 하나가 되네//숲에선 자연과 친구 될 수도 있고/놀 친구도 많아 심심할 틈이 없어서/행복해.’

수록된 아이들의 시는 축제장에 매단 꽃모빌 모양의 가시오가피 열매처럼 아름답고 경이롭게 영글어있다. 아이들의 생각들이 그 속에 옥구슬마냥 촘촘히 박혀있다.

‘화려한 꽃과 나무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데도/희망을 잃지 않고/내 자리에서 밝게 뿌리를 내리네//추운 겨울날 누군가가 꼭 푸르고 예쁜 눈꽃을 보라고/지금도 홀로 바람을 맞이하네...’

아이의 ‘눈꽃’ 시 부분이다. 아름다운 시심을 일구며 계절이 몇 번 바뀌고 나면 배려의 인간성을 갖춘 훌륭한 인재들이 배출될 것이라 생각된다. 시집제목은 수록 작품 중 이 ‘눈꽃’에서 따왔다.
 
최숙향(시인, 배영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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