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형 개헌, 포기한 건가요?
지방분권형 개헌, 포기한 건가요?
  • 정영효
  • 승인 2018.11.0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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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객원논설위원
6·13 지방선거 이전에만 해도 개헌이 최대 화두였다. 당시 정부와 민주당은 지방선거 때 지방분권이 포함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자며 강하게 밀어부쳤다. 반면 한국당은 6·13 동시투표에 반대하며 올 연말까지 개헌 국민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개헌 연기를 주장했다. 여야간 극한 대립으로 개헌은 끝내 무산됐다. 그리고 반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지방선거 이후부터 지금까지 대통령도, 여당도, 야당도, 정부도, 심지어 지방정치권까지도 개헌에 대해 한마디도 없다. 지방선거 동시 국민투표를 강하게 주장했던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모습에서는 개헌 의지를 찾기 힘들다. 연말 개헌 약속을 했던 야당 역시 약속을 지키려는 생각이 아예 없다. 국민은 지방분권형 개헌을 당장 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눈·귀 막고, 입도 막은 소경 맹인에 벙어리 행세’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내 ‘개헌’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과 재정분권 추진안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제6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지방분권 개헌 추진이 안타깝게 무산됐지만 정부 의지는 변함이 없고, 개헌 없이도 할 수 있는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향한 실천을 최대한 계속하겠다’고 했다. 이는 사실상 개헌을 포기하고,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지방분권을 시행하겠다는 뜻이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그렇지만 정부는 물론 정치권이 개헌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개헌 포기는 국가 미래 포기와도 같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지방분권형 개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법 개정안 및 재정분권 추진안 내용을 보면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자율성과 재정분권 강화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지방차지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자치복지권 등 4대 지방자치권 개헌을 우선순위로 제시했던 강력한 지방분권의 국정 목표를 실천하기에는 미흡하다. 대통령이 천명했던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실현은 불가능한 것이다. 법률 개정만으론 대한민국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통령·청와대·중앙정부로의 권력 집중, 대기업·수도권·자산가로의 경제력 집중이라는 대한민국의 주된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지 않으면 지속성장가능한 국가 건설은 요원하다. 집중은 갈등과 부패를 낳고, 양극화와 비효율을 초래했고, 그 폐해가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왕적인 중앙권력과 한쪽에 치우친 경제력을 지방으로 분산시켜야만 대한민국의 구조적 모순은 해결될 수 있고, 이것이 대한민국을 지속성장가능한 국가로 만드는 유일한 길이다.

2년전 이맘때다.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정치권력층의 무능함과 국가농단에 단죄를 내렸다. 촛불혁명은 표면으로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였지만, 실상은 대한민국의 구조적 모순을 방치한 채 사익만 추구한 정치권 전체에 대한 단죄였다. 그리고 명령을 내렸다. 지방분권형 개헌을 통해 권력과 경제력 집중이라는 구조적 모순의 대한민국병을 고칠 것을 명령했다. 국민의 분노에 정치권은 무서움을 떨면서 명령 이행을 약속했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 지상 명령인 지방분권형 개헌을 이행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오로지 권력 쟁취에만 골몰이다. 또 국민들이 촛불을 들어야 하는가.

정영효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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