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 사용 굳이 피할 일 아니다
방언 사용 굳이 피할 일 아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8.11.1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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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전 경남일보 국장)
 정재모

얼마 전 이 난에서, 썰어 말린 고구마 따위를 일컫는 방언 ‘빼떼기’를 평서문에 쓴 적이 있다. 한 지인이 그걸 지적해왔다. 인용도 아닌데 따옴표 없이 방언을 쓰느냐는 충고였다. 그는 이밖에도 몇 가지를 더 집어냈다. ‘앞세우고’를 부러 ‘아부시고’라 한 일이 있고 ‘제법’을 쓸 자리에 ‘에북’을 쓰기도 했던 거다. 그릇된 핀잔이랄 수는 없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해 나는 앞으로도 기회가 있으면 평서문에도 맞춤한 방언을 적당히 구사하려 한다. 최신판 사전이나 사이버 사전에 표제어로 올라 ‘○○의 경상도 사투리’라는 식으로 풀이돼 있는 낱말이라면 말이다. 일정한 지역적 세력을 가진 방언 낱말은 신문에, 특히 지방신문 문장에 써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는 거다. 방언에는 값을 매길 수 없는 가치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휘 측면에서 표준어와 방언을 구별하는 절대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닌 듯하다. 가령 사전에 ‘지청구의 전라도 사투리’라고 풀어 놓은 ‘지천’의 경우 전라도만의 말이 아닌 건 경상도 주민 누구나 아는 일이다. ‘켜다’의 경상도 방언인 줄로만 알고 있는 ‘써다’는 사용 지역이 전라 강원 충청과 북한 지역까지 매우 넓다(오픈사전). 흔히 진주 말로 치는 ‘에나’도 전북 지역에서 ‘외나’ 발음으로 널리 쓰고 있음이 소설 ‘혼불’ 곳곳에서 엿보인다.

이러할진대, 가령 그네를 타며 느끼는 짜릿함을 ‘호시다’고 하고, 공기 속 부유 먼지를 ‘미금’이라 하는 것들이 경상도서만 통용되는 말이라 하기도 어렵다. 또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그 세력만으로도 이의 사용을 애써 피할 일은 아니지 않겠는가.

방언은 표준어보다 저열한 언어가 아니다. 틀린 말도 아니다. 그저 다를 뿐이다. ‘표준어’는 “19세기 제국주의와 국가주의 국가들이 국민 언어 수준을 통일하여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안된 것”이라 한다. 하지만 제국주의 국가들은 그 체제가 종식되면서 표준어 개념을 폐기하고 있다(정승철 ‘방언의 발견’). 그런데 우리는 언제까지 표준어를 우두어 방언을 낮춰 봐야 하나.

‘같은 지역민 간의 친밀감’ 같은 방언의 가치를 여기서 어줍게 나열할 필요는 없겠다. 그러나 전통문화가 방언에 스며 있다는 점은 몇 번을 강조해도 무방하리라. 문화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면 그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일의 하나가 사투리의 활성화라고 본다. 더욱이 보석 같은 낱말들이 쉼 없이 소멸해가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신문의 활발한 방언 활용은 허용돼야할 뿐 아니라 눈앞의 절박한 사명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정재모(전 경남일보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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