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로 본 의회의 역할
조례로 본 의회의 역할
  • 경남일보
  • 승인 2018.11.1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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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인(진주시의원)
서정인
의회를 다른 말로 입법부라고 한다. 의회의 입법권은 의회가 가지고 있는 여러 권한 중에 가장 중요한 권한이며 의회와 동격·병립적 지위에 있는 집행부를 견제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기도 하다.

지방의회도 마찬가지다. 조례제정의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 책임과 사명을 다해야 한다. 주민의 실제 생활과 밀접한 영향을 주는 사안에 대해서는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지난 10월 남강유등축제가 열렸다. 많은 논란 속에 진행된 유료화, 그리고 현 시장의 공약으로 3년 만에 다시 무료화 되는 과정을 보면서 유등축제 관련 조례가 진작 만들어 졌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유)무료 문제를 의회승인이나 여론조사 등 기본적인 과정도 없이 지자체장이 마음대로 선택 할 수 있는 구조로 지금껏 왔다는 것이, 지방정부의 한 축인 의회로서는 게을렀든 무능했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등축제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해서라도 독자적인 조례를 사전에 만들었어야 했다.

현재 진주시 조례는 총 322개로서 전국 시군구 평균 394개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그것도 의원발의 조례는 지난 30년간 고작 29건(9%)에 불과하다. 왜 이랬는지 아쉬운 대목이다. 입법은 의회의 권한이자 의무이므로 의회도 그 책임에서 크게 벗어 날 수가 없다. 조례가 적다는 것은 시책과 사업이 빈약하다는 뜻이거나 아니면 많은 사업을 법제도화하지 않고 단체장 재량으로 추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에 의한 지배(rule of law) 즉 법치(法治)보다는 사람에 의한 지배(rule of man) 인치(人治)에 의존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조례가 없는 예산은 선심성 예산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선심성 사업이라도 조례가 만들어지게 되면 그 사업은 시책이 된다. 앞으로 의회는 예측 가능한 행정을 위해서, 그리고 시스템이 행정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미비한 조례를 서둘러 보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새로운 컨텐츠, 정책개발을 뒷받침하는 조례를 발의함으로써 시민에게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행복과 감동을 제공해야 한다.

위에서 보았듯 의원발의 조례 수가 턱없이 적다는 것은, 지방의회의 실질적인 입법기능이 지자체장이 조례를 발의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거의 집행부가 주도하고 있고 의회는 입법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통법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19대 국회의 경우 의원법안(1만 2484건)이 정부법안(871건)에 비해 약 14배이다) 사실 현행 법제도 아래서 지방의원의 조례발의는 쉬운 일이 아니다.

시민들 실생활의 당면한 과제를 파악하고 여론을 수렴해야 하며 이를 입법화 과정에서 상위법과의 배치여부 공익의 해당여부 등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어려운 가운데서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로 인해 의회는 신묘하게 양당 구조화 되어 단체장 의지 일변도의 행정수행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럴 때가 오히려 의원 간에 또는 정당 간에 경쟁과 협력을 통해서 생산성 있는 의정활동과 시민을 위하는 의회, 일하는 의회를 시작할 적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서정인(진주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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