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대기업과 소비자, 그 ‘갑을’의 한 토막
[경일시론]대기업과 소비자, 그 ‘갑을’의 한 토막
  • 경남일보
  • 승인 2018.11.1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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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객원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회장)
가정의 수저만큼이나 흔하고, 신발처럼 없이는 생활하기 힘든 필수품이 휴대폰이다. 이동통신사에 가입하여 사용하는 단말기가 6500만대가 넘는다니 인구수보다 많다. 유아 등 어린이들을 제외하면 한사람이 1대 이상씩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단말기는 대부분 약정이라는 굴레가 씌워져 할부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당장의 체감 부담이 적어 보이지만, 100만원 남짓 하는 고가 상품이다.

학생과 노년층을 포함한 거의 모든 국민 1명을 상대로 월간 평균 3만원 이상의 사용료를 3개의 통신사업자가 수익으로 얻는다. 점유율 1위와 3위는 각각이 재벌로 불리며 대기업군을 형성하고 있는 SK와 LG의 계열회사며, 2위는 재배구조 절반 정도가 외국자본으로 형성되어 있는 KT다. 연간 10조원 정도의 물건을 팔면서 9000억원 남짓의 영업이익을 내는 점유율 3위 통신사를 통해 단말기를 구입한 한 소비자의 분하다는 하소연을 옮긴다.

여느 물품구매시 처럼 상냥한 상담을 통해 새 단말기, 즉 휴대폰을 샀다. 이후 집에와서 문자판 하자를 발견하여, 하루만에 구입한 대리점 그 직원에 문의하니 태도는 돌변되어 첫마디가 “물건을 만든 제조사를 상대로 해결해야 한다”는 냉담한 답변이었다. 물건을 판 사람은 책임이 없다는 말이냐는 되물음에 매몰차게 ‘그렇다’였다. 좋든 궂든 재벌이 뒷받침하고 있는 통신사의 영업방식, ‘팔고나면 모른다’라는 입장을 목도하여 억울하여 소비자상담실의 책임자와 통화했다. 같은 대답에 더해, 설령 책임이 있다 한들 통신사와 동등한 계약관계에 있는 판매 대리점의 귀책이랬다. 그 통신사의 ‘엠블램’만 봐도 통분이 생긴다는 소비자의 항변이다.

물론, 통신사와 대리점은 일정한 계약을 통해 영업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객은 통신사, 그 재벌그룹의 위상과 브랜드를 믿고 가입한다. 영업장의 간판에 통신사의 ‘엠블램’이 거창하게 치장되어 있다. 통신사의 영업장으로 믿는다. 그 통신사, 재벌이 대리점에 책임 전체를 미룬 것은 국민과 소비자를 ‘을’로 본 위장된 비즈니스 행태로 읽혀진다. 대리점과 고객서비스를 전담하는 계열기업에서 발생한 ‘헤프닝’도 포괄적 책임은 모기업에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지 않을까.

판매사는 책임이 없다니, 관련법 한쪽을 보자. “소비자기본법 제 2조 2항에 ‘사업자’라 함은 물품을 제조·수입·판매하거나 용역을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로 규정함으로써, 판매자를 명백한 사업자로 간주하고 있다. 같은 법 19조에 “사업자는 물품 등의 하자로 인한 소비자의 불만이나 피해를 해결하거나 보상하여야 하며, 채무불이행 등으로 인한 소비자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로 명시함으로써, 실정법은 판매자의 보상의무를 분명히 하고 있다.

과기부나 공정위, 한국소비자원 등 행정기관을 통하지 않더라도 법률로 소비자 권익이 보호되어 있다. 아울러, 민법 제580조 또한 매도인의 하자담보 책임을 조문함으로써 판매자의 판매와 관련한 책임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일개 고객이 효력적 조문도 아닌, 관련 법률을 믿고 재벌을 배경으로 하는 통신사를 상대로 그 권리를 항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대기업과 소비자라는 ‘천부적 갑을’ 관계를 악용한 사례로 보인다. 재벌과 개인사업자인 대리점과의 ‘갑을’계약도 상상이 간다. 대기업이 은연중 ‘팔고나면 모른다’, ‘문제가 있으면 떠들어 봐라’는 비즈니스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면 천벌받을 일이다. 재벌로 불려도, 투자와 고용 등으로 오늘날 경제대국의 초석을 깐 대기업군의 역정(歷程)을 존중한 마음에 또렷한 금이 생긴다.
 
정승재(객원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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