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준의 건강이야기]청진기가 사라지고 있다
[최원준의 건강이야기]청진기가 사라지고 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8.10.30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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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청진기

일반적으로 의사라고 하면 하얀 가운을 입고 목에 청진기(stethoscope)를 걸친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청진기는 심장, 혈관, 폐 그리고 장을 검사하고 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진료 도구이다. 영어로 Stethosocpe라고 하며, 그리스어의 가슴을 의미하는 ‘스테토스(stethos)’에서 유래되었다. 1819년에 르네 테오필 히야신테 라에네크(Rene-Theophile-Hyacinthe Laennec)가 발명했다고 알려져 있다.

19세기 초반까지는 환자의 심장과 폐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환자 가슴이나 등에 귀를 바싹 붙이는 것이었다. 어느 날 흉부의학을 전공하는 프랑스 의사인 라에네크가 젊은 비만 여성을 정확한 청진을 할 수 없어서 망설이고 있었다.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그는 아이디어를 내게 된다. 종이 한 묶음을 말아서 실린더를 만들어 한 쪽은 귀에 대어 누르고, 다른 한 쪽은 환자의 가슴에 대었더니 명확히 심장박동 수리를 들을 수 있었다. 최초의 근대적인 양면 청진기가 출현한 것은 1902년쯤이다. 그 후 발전을 거듭하여 지금과 같은 종형과 진동판의 집음부를 가진 청진기가 개발되었으며 진료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현대 의학에서는 청진기가 사라지고 있다. 설마 청진기가 사라지겠어? 하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학에 디지털 기기의 접목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청진기의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다. 인간을 디지털화하는 게놈은 이미 모두 밝혀진지 오래되었고, 사람의 심장박동, 혈압의 변화, 호흡 횟수, 체온, 혈액 산소 농도 및 혈당량도 디지털로 측정이 되고 모니터할 수 있으며 원격으로 전송도 가능하여 졌다. 심지어는 인간의 뇌파와 기분의 변화마저도 디지털화하여 모니터로 볼 수도 있고 평가도 가능하여졌다. 신체의 어느 부위든 이미지로 만들 수 있고 삼차원으로 재구성할 수도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장기를 인쇄하는 기술도 개발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실지로 저자도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혈액 검사 결과, 초음파, CT, MRI와 같이 디지털화 된 영상검사 및 전자 챠트 등 실지로 환자와 접촉하는 경우보다 데이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심장의 소리를 듣기 위해 청진기를 사용하면 주관적인 면이 관여하게 되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싶지 않다. 그에 반해 심장초음파는 정확하게 심장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고 디지털 수치로 나타내어 공유할 수 있기에 이미 많은 병원에서 활용되고 있다. 단점은 너무 거대해서 가지고 다닐 수 없다는 것인데 이미 소형화 되어 가운의 호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장비가 시판되고 있다고 하니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고 있다.

우리는 이미 디지털로 변해버린 사회에 살고 있다. 우리는 어디를 갈 때 지도를 보는 대신 GPS를 이용한 기구를 이용하며, 손으로 쓴 편지를 주고받는 대신 SNS를 이용해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오늘도 나의 생일을 누군가가 알고 축하 메시지가 한 바닥 가득 들어와 있기도 하다. 디지털 정보를 활용하는 혁신의 효과는 이미 세상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보건의료 분야는 어떠한가? 보건 의료 분야는 그간 너무도 천천히 변화해온 탓에 타성에 젖어버린, 그리하여 앞으로도 다가올 미래도 지금과 같이 천천히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변화에 대해 발 빠르게 대응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저자는 느낀다. 의료는 생명을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에 확실한 데이터와 결과가 증명되지 않은 기술을 접목하기는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이런 연유로 의료계, 정부, 생명과학 기업들이 혁신적인 발전을 촉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젠 인간의 디지털화를 가능하게 하는 놀라운 신기술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 의학교육도 디지털화 되는 세상에 맞추어 변해야 할 것이다. 바이오 센서, 무선 통신, 소셜 네트워크, 디지털 이미징, 전자 챠트 및 게놈 의학 그리고 조금 멀게 느껴지지만 인체를 감시하는 블랙박스 등에 관한 내용도 이제는 의사들이 알고 이용할 수 있어야 될 것이다. 그럼으로 인해 의료의 궁극적인 목적인 치료가 아닌 예방에 더 다가갈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이 디지털화는 되었으며 우리의 삶을 변화시켰다. 반면 의료분야에는 다른 분야에 비해 디지털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음을 인식해야겠다. 의료에 신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심사 및 허가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만 적극적인 의료의 디지털화는 환자와 보건의료 인력 모두에게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할 것이다.

 

최원준(경상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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