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말만 무성한 지방분권 의구심
[경일시론]말만 무성한 지방분권 의구심
  • 경남일보
  • 승인 2018.11.21 11: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수기(논설고문)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 사항인 ‘지방분권’이 2년 가깝도록 별로라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공언했지만 이를 지원할 ‘재정분권’ 계획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는 등 총론 수준에 그쳐 기대보다는 실망과 우려가 크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에서 과연 ‘자치분권’이 제대로 실현될까 의구심이 든다. 정부가 ‘지방분권’의 두 축인 국세·지방세 비율 개편, 지방소득세·소비세 인상 등 ‘재정분권’과 자치경찰제, 주민참여·자치 강화 등 ‘자치분권’이 그간 말만 무성한 채 시행은 미진하다.

‘자치분권’의 핵심은 ‘재정분권’이다. 알맹이에 해당하는 ‘재정분권’은 쏙 빠졌다. 현재 8대 2인 국세·지방세 비율을 7대 3을 거쳐, 장기적으로 6대 4까지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방분권’이 되지 않아 우리는 전체인구의 5163만명 중 49.7%인 2568만명이 수도권에 살고 있다. 수도권에 영국은 13.5%인 900만명, 프팡스 파리는 3.4%인 224만명, 독일 베르린은 4.5%인 367만명, 수도권집중이 심하다는 일본의 도쿄는 10.5%인 1378만명 정도다. 우리는 중앙집중으로 수도권에 전국상장기업 72%가 집중되어 있어 분권이 시급하다.

지난 9월 11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 문 정부의 ‘자치분권 종합계획’에는 ‘우리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이라는 비전 아래 6대 추진전략과 33개 과제가 담겼다. 개헌이 되지 않아 분권이 늦어지고 있다지만 이러다가 분권이 구두선에 그칠 우려도 있다. 진정한 ‘자치분권’을 중앙이 독점하고 있어 돈인 세금까지 지방으로 이양해야 한다. ‘자치분권’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국세·지방세 이양방안 등 ‘재정분권’을 획기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구체안을 하루빨리 확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허울뿐인 ‘자치분권’에 지방민심이 외면하게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의 대표적인 공약 중 하나인 자치경찰제는 내년 하반기부터 서울과 제주·세종 등 5개 시범지역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5개 광역지자체에서 자치경찰제의 시범운영으로 2022년부터는 국가경찰의 36%인 4만 3000명과 치안사무 100%를 넘겨받아 전면적 자치경찰제를 시행한다. 문제는 내놓은 안을 보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이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자치경찰제가 본격 시행되면 수사 등 관할문제를 둘러싼 사건 떠넘기기 등으로 수사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자치경찰제는 시장·도지사 소속의 지역 경찰이 관내 치안을 담당하고 책임지는 제도다. 경찰청장이 전국 경찰을 지휘하는 현 국가경찰제와 달리 지역별로 권한을 나누는 것이다. 시·도에 자치경찰본부와 시·군·구에 자치경찰대를 신설하고, 현재 국가경찰 소속의 지구대·파출소도 자치경찰로 이관한다. 예상되는 문제점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의 명확한 업무 분장이다. 국가경찰은 정보·보안·외사·국익범죄와 일반 형사사건 수사 등을 자치경찰은 주민 밀착형 사무와 생활안전을 맡도록 규정했다. 일선 경찰은 실제 상황에서 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양측 간 ‘업무 떠넘기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무 구분을 분명하게 구체화해야 한다.

젊은층이 떠난 지방은 노인들만 남아 있다. 고령화시대에 접어들면서 지방소멸시대를 맞고 있다고 지자체들이 입이 닳도록 중앙에 분권을 건의하고, 지방언론이 외쳐도 정부에게는 소귀에 경읽기다. 정부와 국회는 앞으로 세부안 마련과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여론을 수렴해 무늬만 분권이 아닌, 지역주민에 봉사하는 진정한 분권이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이수기(논설고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