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갑질공화국인가
대한민국은 갑질공화국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18.11.20 13: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구상 시민기자
한 동안 잠잠하던 ‘갑’의 횡포가 최근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갑질을 보면 답답하고 울분이 솟기도 한다.

최근 한 방송 통해 본 양진호 회장의 갑질은 충격적이었다. 양진호 회장은 퇴사한 직원이 회사 인터넷 게시판에 장난삼아 자신인 척 댓글을 썼다는 이유로 직원을 회사로 불러 다른 직원들이 있는 앞에서 뺨을 때리고 무릎을 꿇리게 하는 등 사람의 인격을 짓밟는 행위를 했다.

그의 갑질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언론에 따르면 워크숍이 있는 날이면 양 회장은 칼로 닭의 목을 내리치게 하고, 활로 닭을 쏘아 죽이는 등의 행동을 했다고 한다. 또 임원들의 머리를 자신이 원하는 색으로 염색시키고, 회의를 하는데 비비탄 총을 직원들을 향해서 쏘는 등 상식이하의 짓을 서슴지 않았다. 직원들은 양 회장의 IT업계 영향력과 막대한 재력 앞에 철저하게 인권을 유린당했다. 이른바 대기업 오너 또는 금수저, 가진 자들의 갑질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상무의 ‘땅콩 회항’ 사건을 비롯해 그녀의 동생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교촌치킨 신사업본부장의 직원 폭행 논란 등 셀 수 없이 많다.

최근에는 일반인들의 갑질도 늘어나고 있다. 며칠 전에는 한 누리꾼이 올린 영상의 내용이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누리꾼이 공개한 블랙박스 영상에는 울산 맥도날드 드라이브스루(차에 탄 채로 음식을 주문하는 곳)매장에서 차량에 탄 손님이 ‘주문한 제품과 다르다’는 이유로 직원에게 음식을 던지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영상을 올린 누리꾼은 “앞 차량이 주문한 제품을 받고는 스태프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받은 제품을 스태프 얼굴에 냅다 던지고는 그냥 나가버렸다”면서 “스태프는 울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피해자는 며칠 후 해당 영상이 올라온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상세한 내용을 알렸다. 피해 직원은 “이번 일로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생각은 없다”며 “또 이런 일이 생길까 두려움도 생기지만 모든 서비스 종사자들이 이겨냈듯이 이겨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얼굴로 날아든 봉투로 인해 고개가 돌아갔고, 너무 당황하고 화가 나서 아무생각도 들지 않았다”고 말하며 “사실 제가 겪은 일은 주변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런 경험이 없어지기 위해 조금만 더 저와 같은 친구들을 배려해 달라”고 호소했다.

가해자는 해당 맥도날드 점주에게 고발당한 후 경찰서에 스스로 찾아와 조사를 받았다. 언론에 따르면 그는 경찰조사에서 “음식 세트를 주문했는데 단품이 나와 순간 화가 났다”면서 “회사 일로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감정이 폭발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누리꾼의 반응은 싸늘하다.

뿐만 아니라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의 갑질 폭행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얼마 전에는 대구의 한 빌라 단지에서 입주민 대표가 근무자용 조끼를 입지 않았다며 경비원을 폭행하는 일이 발생했으며 몇 달 전 진주에서는 유명한 맘카페 한 회원이 허위사실을 카페 게시판에 올려 ‘고양이카페’가 큰 피해를 입었다. 가게 내 CCTV가 공개된 후 진실이 밝혀졌지만 카페주인이 입은 피해는 복구되지 않았다. 이후 허위사실을 올린 회원은 사과문을 올린 후 카페를 탈퇴했다.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정말 각박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나보다 낮은 지위에 있거나 또는 서비스업 종사자, 사회적 약자에게 우리도 어느 순간 ‘갑질’을 죄의식 없이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옛날 조현아 전 대한항공 상무의 ‘땅콩 회항’ 갑질 관련 글에서 달린 댓글이 불현듯 떠오른다. “조현아가 바로 너희들이야’ 이 댓글이 지금 대한민국의 자화상처럼 보여 씁쓸하다.

/정구상 시민기자

※본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