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전사의 발바닥(김금융)
[주강홍의 경일시단] 전사의 발바닥(김금융)
  • 경남일보
  • 승인 2018.11.2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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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갓 태어난 아기의 발바닥을 보았던가
희고 매끄러운 탄성,
핏줄 환히 들여다보이는 처녀지,
주름 한 줄 없다
그늘 하나 없다
차마 쓴 맛, 짠 맛 밴 손을 댈 수가 없다


울면서 뻗치는 발힘, 저 여린 발바닥 어디에
저런 단단한 항의가 서렸는지
거친 세상 밖으로 나올 힘을 지녔던지
미세먼지와 황사가 봄햇살로 비벼지는 이 봄날에
제 어미의 보호벽을 뚫고 나온
어린 전사의 몸부림치는 발바닥을 만져본다


당차고 단단한 의지가 발바닥에 모여져
거대한 코끼리 발바닥보다 더 야무지다
다섯 개 발가락마다 말간 핏줄거울을 달고
지구의 새 역사를 걸으려 한다
하늘과 땅의 젖줄을 빨아들이며
먼 우주로부터 지구별로 날아든 새 생명,
한 개인사가 가족의 역사가
저 주먹 쥐고 발 구르는 힘을 통해 새롭게 새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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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 아기의 발바닥은 말갛다. 몸부림 또한 당차다. 뻗치는 발힘은 강한 의지이며 그 발로 세상을 딛고 설 것이다. 한 개인의 역사를 딛을 것이고 세상을 구를 것이다. 굳은살의 발바닥을 한 번 살펴보라, 우리는 그동안 얼만큼 구르고 살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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