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故 허수경 시인 추모 행사
27일 故 허수경 시인 추모 행사
  • 김귀현
  • 승인 2018.11.2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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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문고 2층 여서재…미공개 시 1편도 공개
지난달 독일에서 영면한 시인 허수경의 추모 행사가 그의 고향인 진주에서 열린다.

진주문고와 경상대학교 출판부, 지역쓰담은 27일 진주문고에서 허 시인의 추모행사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를 갖는다고 밝혔다.

허수경 시인은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하고, 그 다음해 첫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를 발표했다. 이어 1992년 두 번째 시집 ‘혼자 가는 먼 집’을 낸 뒤 돌연 독일 유학을 떠났다. 허 시인은 근동고고학을 전공, 박사학위를 받고 고고학 연구와 글쓰기를 병행했다. 그는 위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지난달 3일 끝내 독일에서 눈을 감았다. 시인이 타계하기 전 산문집 ‘그대 할 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의 재발간 소식이 있었다. 이달 시인의 49제에 맞춰 산문집 ‘모래도시를 찾아서’를 새롭게 펴낸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 첫 장편소설 ‘모래도시’도 다시 출판됐다. 또한 지난달 27일 독일 뮌스터 외곽에서 수목장으로 장례식이 치뤄진데 이어 한달 뒤인 오는 27일 허수경 시인의 추모모임을 열게 됐다.

진주문고가 주최하고 경상대학교 출판부와 지역쓰담이 주관하는 이날 추모 모임에서는 허수경 시인의 모습을 기억하는 지인과 지역 독자들이 모여 허수경 시인의 문학적 성취를 기리고 고인과의 일화 등을 나눌 예정이다.

고인은 ‘진주 말로 혹은 내 말로’라는 부제를 달아 자신의 시를 진주 사투리로 다시 써 나란히 실을 만큼 고향과 모국어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이날 여태훈 진주문고 대표가 소장한 허수경 시인의 미발표시 ‘진주라는 곳’과 시인의 책이 함께 전시된다. 허수경 시인의 문학세계 조명과 함께 시낭송을 통해 고인을 기억하는 시간을 갖는다.

진주문고와 경상대학교 출판부, 지역쓰담은 “이번 추모 모임을 통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허수경 시인을 기억하는 일을 계속해나갈 예정이며, 모임에서 판매된 시집의 수익금과 모금액은 전액 추모기금으로 조성해 활용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참여 등 행사와 관련한 문의는 전화(010-5693-5040·김남웅 진주문고 여서재 팀장)를 통해 가능하다.

김귀현기자 k2@gnnews.co.kr

 
진주라는 곳 /허수경

진주라는 곳
내가 태어나 자란 곳
초등학교를 다니고 중학과 고등학교를 다니고
그리고 대학을 다니고
아버지를 여읜 곳

진주라는 곳
거리에 여자아이들이 몰려 다니며 깔갈거리는 곳
거리에 사내아이들이 몰려 다니며 딱지를 놓던 곳
갈증을 풀 길 없는 청년들은 작은 술집에 앉아
먼 세계의 빛을 이야기 하던 곳

작은 강이 흐르고
강 옆에는 대숲이 있고
늙어가는 여자들과 남자들이 대숲 아래에서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는 곳

뒤돌아보면 긴 긴 장강 같은 지나간 시간이 있고
다시 뒤돌아보면 장강을 이루던 시간이
신화 자체가 되는 곳

눈물 많은 시인이 있던 곳
빛 많은 사람이 있는 곳
그 안에 작은 서점 하나 사람을 모으는 집을 짓는 곳

대륙 두 개를 넘어 독일에서 나는 그곳을 생각한다
어스름한 빛 하나 작은 집을 내 마음에 짓는다

오 진주라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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