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 수혜자는
[경일포럼]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 수혜자는
  • 경남일보
  • 승인 2018.11.2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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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섭(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얼마 전 국회의 교육위원회에서 2019년부터 강사법을 시행할 것이라고 결정하였고 지난주에 여야는 550억이라는 예산을 투입하기로 합의했다. 강사법이 처음 개정된 뒤 7년이 흘러서야 겨우 시행될 것 같다. 박사학위를 가지고 시간강사로 활동하고 계신 분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이에 일부 언론은 강사법을 적극 환영하고 있지만, 다른 언론에서는 강사법이 초래할 부작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럼 왜 강사법이 오랫동안 표류하고 있었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자. 강사법 시행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전국대학의 강력한 반발이었다. 사립대학은 물론 국립대학도 강사법을 거부했다. 이러한 반발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고려대 등 수도권 대학들은 졸업학점을 줄여서 강의시수를 줄이고 강사의 수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준비 중이고, 서울대 학장단은 강사법에 문제가 많다고 성명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저항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기에 여당과 야당은 대학의 요구를 수용하여 강사법 시행에 따른 예산을 550억이나 책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부터 강사법이 시행되면 사립대학은 강사의 수를 줄이는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다. 최근 10여년 동안 대학의 경쟁력 강화와 구조조정이라는 교육부의 압력을 명분으로 삼아 사립대학은 강사의 수업시수를 계속 줄여왔다는데서 이를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대학에서 강사의 수를 줄일수록 미래의 강사가 될 대학원생,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은 강사, 그리고 학문 특성상 강의시수가 충분하지 않은 분야를 전공하는 강사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에 있다. 박사학위를 최근에 받은 사람들, 박사학위 없이 강사로 활동하는 사람들, 논문실적이 부족한 강사들은 경쟁에서 밀리게 되어 강사자리를 얻기 어렵게 된다. 신생 학문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들도 구조상 충분한 강의시수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강사로 활동하기가 어렵게 된다. 이와 같이 경쟁력이 약한 강사나 신규 진입하려는 예비강사는 강사법 때문에 진입장벽이 더 높아진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이것은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줄어들어 처음 아르바이트를 구하려는 사람들에게 더 높은 장벽이 된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강사법은 경쟁력이 있거나 오랫동안 대학에서 강사로 활동해 온 사람들에게 유리하다. 일단 대학에서 강사로 채용된 사람들은 계속해서 그 대학에 남을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적어도 1년에서 3년 정도는 안정적으로 한 대학에서 강의를 할 수 있고, 방학 중에도 일정한 월급을 받을 수 있어 경쟁력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강사법의 가장 큰 수혜자는 교육부라는 게 내 소견이다. 이명박 정부 때 교육과학기술부는 막대한 자금을 이용하여 대학을 서열화 시키기기 시작하였고 대학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전국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막대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일화도 있다. 그 당시 제주도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주최 전국대학총장 회의가 있을 때, 호텔에 먼저 도착한 전국대학의 총장들이 늦게 온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을 맞이하기 위해 일렬로 사열했다고 한다. 지금도 교육부는 대학지원금과 대학평가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전국대학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한 교육부가 강사법 덕분에 대학을 통제할 수 있는 550억이라는 큰 자금을 추가로 확보하게 되었기에 가장 큰 수혜자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강사법 덕분에 누군가는 혜택을 받을 것이고 누군가는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남은 기간 동안 강사법의 약점을 더 보완하여 혜택을 받는 사람은 증가하고 피해 입는 사람은 소수가 되면 좋겠다.

 
김정섭(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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