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질량을 재는 기준인 ‘㎏’의 정의가 바뀐다
[과학칼럼]질량을 재는 기준인 ‘㎏’의 정의가 바뀐다
  • 경남일보
  • 승인 2018.11.2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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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홍 (전 김해교육장)
우리는 길이의 단위로는 ‘미터’(m), 질량의 단위로는 ‘킬로그램’(㎏), 시간의 단위로는 ‘초’(sec), 전류의 단위로 ‘암페어‘(A)‘, 온도의 단위로 ’켈빈‘’(K), 광도의 단위 ’칸델라‘(cd), 물질량의 단위 ’몰‘(mol) 등 7가지의 기본 단위를 약속하고 살아간다. 이를 국제 기본 단위계(SI)라 한다.

지난 16일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열린 제26차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기준’이 되는 단위가 변하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국제단위계 기본단위 7개 중 4개 단위인 질량, 전류, 온도, 물질의 양 단위인 ‘킬로그램’, ‘암페어’, ‘켈빈’, ‘몰’에 대한 정의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물체’ 대신, 영원히 변치 않는 ‘상수’로 새롭게 바뀌었다. 새 정의는 세계측정의 날인 내년 5월 20일부터 산업계 및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킬로그램’의 경우 1889년 백금(90%)과 이리듐(10%) 합금인 ‘르그랑K’(Le Grand K)라는 이름의 금속 물체로 만든 ‘국제 킬로그램 원기(原器)’의 질량으로 정의하고 유리관에 담아 프랑스 파리 인근 국제도량형국 지하 금고에 보관해 왔으나, 시간이 지나 50마이크로그램 정도 질량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질량의 단위인 ‘킬로그램’(㎏)의 정의가 기본 물리상수 중 빛 에너지와 파장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 상수인 ‘플랑크상수‘로 정의하기로 개정됐다. 또한 온도에는 볼츠만 상수를, 물질의 양은 ’아보가드로 상수‘를, 전류는 ’기본 전하‘를 정의에 쓰기로 했다.

이번 단위 재정의가 연구 및 산업 분야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는 기여하지만 일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본 단위7가지 중에서 한꺼번에 4개의 단위가 재정의 되었다는 것은 과학기술계에선 역사적인 의의를 지닌다.

미터법은 미터(m)를 길이, 리터(ℓ)를 부피, 킬로그램(kg)을 무게의 기본 단위로 하는 십진법적 도량형 단위법이다. 지구자오선 길이의 1/4000만을 1m, 각 모서리의 길이가 1/10m인 정육면체와 같은 부피의 4℃ 물의 질량을 1kg, 그 부피를 1ℓ로 하고 있다. 미국, 미얀마, 라이베리아를 제외한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금도 골프나 야구와 같은 경기 중계에서는 거리를 야드로 표시하고, 속도를 마일로 표시하고 있다.

1999년 9월 무인 화성 탐사선이 대기와 마찰을 일으키며 폭발한 원인은 탐사선을 제작한 록히드 마틴이 미국 전통 도량형인 야드파운드법을 기준으로 제작했는데, 미국 항공우주국은 미터법을 사용하여 계산 착오로 탐사선은 화성에서 예정보다 낮은 궤도에 진입하다가 사고가 발생했던 것이다. 요즈음도 미터법을 사용하는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운전자들이 미국의 자동차를 운행할 때 속도를 습관적으로 오인한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근대 이전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도량형의 기준은 척이었다. 대한제국 수립 후 1905년 미터법을 도입하였으나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식 도량형제가 도입되어 돈, 관, 평이 우리의 전통적인 단위와 혼용돼 사용되었다. 1964년 1월 1일부터 척관법, 야드·파운드법의 사용이 금지되어 모든 계량에는 미터단위계를 사용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토지나 건물의 넓이를 표시할 때는 ‘평‘을 사용하기도 하고, 금의 무게를 돈으로 쓰는 척관법으로 표시하는 개념이 남아있어서 미터법으로 표시된 실제 거래에서는 혼란을 가져오기도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하는 단위들이지만 국가별로 다르게 사용되는 단위들로 인해 자칫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단위의 통일이 필요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성기홍 (전 김해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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