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희·오성은 씨 진주가을문예 당선
김세희·오성은 씨 진주가을문예 당선
  • 김귀현
  • 승인 2018.12.03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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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문 ‘경야’·소설 부문 ‘런 웨이’
김세희 시인(‘경야(經夜)’ 외 9편)과 오성은 소설가(중편소설 ‘런 웨이’)가 제24회 진주가을문예 당선자로 선정됐다.

진주가을문예는 남성(南星)문화재단이 1995년 기금을 마련해 옛 진주신문에서 이끌다 현재는 진주가을문예운영위원회가 전국 신인 공모를 벌여 운영해오고 있다. 올해 공모는 지난 10월 공모 마감해 시는 1278편, 소설은 210편(중·단편)이 접수됐다.

시는 송찬호 시인(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등)이 본심, 김륭 시인과 임재정 시인이 예심을 맡았다. 소설은 백가흠 소설가(계명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가 본심, 원시림 소설가와 정용준 소설가가 예심을 봤다.

송찬호 시인은 심사평에서 “전체적으로 작품의 수준이 고르고 완성도가 높은 것이 치열한 습작의 흔적이 역력하다”면서 “당선작은 섬세한 언어의 결을 갖고 있다. 죽음으로 다가가는 엄숙한 삶의 제의를 묘사한 ‘아빠, 우린 서로를 지나가야 하잖아요 / 일요일에 올게요 못다 쓴 / 당신 얼굴 가지러’와 같은 빼어난 시구를 탄생케 한다. 언어와 시적 대상과의 의도적인 불일치로 사물을 새롭게 탐구하고 이 세계를 낯설게 환기하는 감각도 돋보인다”고 밝혔다.

백가흠 소설가는 당선작에 대해 “‘런웨이’는 중편임에도 불구 가독성이 엄청났다. 많은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임무를 져버리지 않고 활발히 움직이고 또 말했다. 작가의 플롯 장악력이 훌륭할 뿐만 아니라 치밀하게 준비된 소설임을 느끼게 해줬다”고 전했다.

진주가을문예 시상식은 오는 15일 오후 4시 진주 현장아트홀(진주시 진주대로 1040번길 6-4)에서 열린다. 당선자에게는 시 500만 원, 소설 1000만 원의 상금과 상패가 수여된다.

김귀현기자 k2@gnnews.co.kr



경야(經夜)  /김세희

일요일에 왔으니까요

일요일에 가는 게 어때요 아무 부담 없지 않을까요

틀니조차 걸 수 없다고요 입 벌려 억억거릴 때

차곡차곡 다져진 미련, 내가 다 봤어요

꿀꺽 삼켜요 그거



똥이 질면 질다고 때린대요 볼기를

되면 되다고 때린대요

볼기짝이 원숭이 같을 거라고요

요양보호사를 원망하나 봐요 그러지 마세요

손은 잡고 가야 하나요 놓고 가야 하나요



팔다리가 투명해지고요

껍데기를 나온 껍데기처럼 쫄깃해 보였어요

뭐라도 씹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시계를 보다가요 엄지손가락으로 꾸욱

하루살이 한 마리 눌러 죽이고 돌아 나왔어요

일요일에 다시 올게요

침대보다 더 납작해진 사람들이

딱딱한 제 그림자에 등을 기대고 있어요



당신은 나를 얼마나 기다렸던가요

나는 당신을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요

부채질중이에요 잘 타버리라고요



아빠, 우린 서로를 지나가야 하잖아요

일요일에 올 게요 못다 쓴

당신 얼굴 가지러



 
오성은 소설가(좌), 김세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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