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어쩌면 그렇게 한남스럽니?”
[여성칼럼] “어쩌면 그렇게 한남스럽니?”
  • 경남일보
  • 승인 2018.12.05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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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 (진주여성회 대표)
지난 2일 예스 24에서 보낸 이메일 “어쩌면 그렇게 한남스럽니?”가 도착했다. 새책 홍보구나 생각했던 것은 잠시,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한남이라는 남성비하발언을 책 홍보에 쓴 예스24를 탈퇴하고 보이콧하겠다는 글 때문에 잠시 놀랐다. 어쩜 그렇게 한(국)남(자)(충)스럽니? 라는 말에 즉각 반응하는 모습을 보며 이 말이 이렇게 민감한 용어였던가 도리어 반문해 보았다. 맘충, 김치녀, 된장녀라며 아무렇지 않게 심심찮게 올라오는 글에서는 왜 이들은 댓글을 달지 않았지? 불편하다는 반응을 즉각 하지 않았을까?또한 더욱 불편한 것은 이를 보도하는 언론이었다. 하나같이 편가르기식의 남녀 대결구도로 몰아 가고 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일인가? 차별과 불평등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에서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차별적 용어로 인식되는 한남(충)이란 언어의 발생도 원인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는 이러한 논쟁들 틈에서 불평등한 환경을 조성하는 사회구조의 맥락과 본질을 살펴야 한다. 우리 모두는 남녀를 떠나 행복해질 권리가 있으니까.

평범한 여성의 일상을 그려냈지만 만연한 성차별적 일상을 공감하게 했던 ‘82년생 김지영’이 밀리언셀러에 오르고,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제껏 참아왔던 성폭력들이 미투사건(나도 말한다)으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그래서 이제는 용기내서 말하는 사람이 생겼다. 성희롱고충위원회 구성으로 공공기관이 변하고 스쿨미투로 학교가 변하고 있다. 부당한 대우나 성폭력사건이 발생했을 때 참지 않는 사람이 생겼다. 물론 이런 변화가 완성되진 않았다. 아직 미흡해서 여기저기 허점을 남기고 있다. 피해자는 2차가해로 인해 몸살을 앓고 더 철저히 은폐하기 바쁜 현장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사회의 성폭력 적폐들이 드러나는 데는 2030세대의 활약이 컸다. 비교적 자라는 과정에서 차별 없이 성장한 2030세대가 사회로 나오면서 기성세대가 인지하지 못한 불편함을 드러냈다. 홍대 누드모델 몰카사건의 가해자를 이례적으로 구속수사에 포토라인까지 세운 것에 대해 편파수사를 말하고, 여성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임신을 중단할 권리, 낙태죄 폐지를 이야기 한다. 혜화역시위로, 불법 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로, 청와대 20만 청원운동으로 사회변화를 요구해 왔다. 그들이 진정 원하는 바가 남녀 편가르기가 아니다. 오직 여성만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자도 아니다. 단지 화장실 몰카영상, 불법동영상 촬영, 보복영상 유포를 비롯한 데이트 폭력까지 나도 모르는 사이 피해자가 되고 있는 현실을 바꾸자고 이야기 하고 일상이 안전할 권리를 주장 할 뿐이다. 남성이 잠재적 가해자란 말이 아니라 계속되는 일상이 위협이 가해자로 만들 수 있다고 알려주고 있다. 결국 안전하고 성평등한 문화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문제다. 이것이 우리의 현재이며 우리가 그려야 할 미래다. 남성혐오, 여성혐오가 아닌 인간이 살아가기 좋은 세상이 있을 뿐이다. 당신이 불편해야 할 것이 있다면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지 못한 당신의 기여도가 낮음이다. 어쩌면 그렇게 한(국)남(자)(충)스럽니?”라는 물음이 불편한 당신에게 당신의 성평등지수는 몇 점인지 묻고 싶다. 제발 남자 ,여자,어른, 아이 가르지 말고 사회 모든 구성원의 개개인의 존엄을 존중하자. 성평등한 사회는 모든 사람들이 정치, 문화, 사회적으로 평등한 대우를 받으며 성별에 근거하여 차별받지 아니하는 것이다.이것이 진정한 인권의 시작이다. 그럼 “어쩜 그렇게 한남스럽지?”라는 물음은 또 다른 의미로 재해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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