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의 박물관 편지[22]
김수현의 박물관 편지[22]
  • 김귀현
  • 승인 2018.12.0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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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다 ‘De Waag’측정소
▲ ‘De Waag’ 전경.





네덜란드인들이 한 해 동안 소비하는 치즈의 양은 1인당 20㎏이 넘는다. 거의 매일 치즈가 들어있는 샌드위치를 한 끼 식사로 먹는 것은 물론 우유, 버터, 요거트 등 각종 유제품이 식단 깊숙이 박혀 있다 보니 네덜란드인들의 평균 신장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이유가 쉽게 납득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네덜란드인들이 즐겨먹는 고다치즈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는데, 이 치즈의 원산지는 네덜란드 남쪽 지방에 위치한 ‘하우다’(Gouda)이다. ‘G’가 ‘ㅎ’으로소리 나는 네덜란드식 발음 때문에 하우다 치즈라는 이름대신 영어식 발음인 고다치즈로 통용되고 있다. 오래전부터 하우다 및 그 일대에서 많이 생산 되고 있는 하우다 치즈는 둥근 덩어리모양의 노란색 치즈 통칭하는 단어가 되었다.

그렇다면 남쪽의 한 작은 마을이 네덜란드 국내외 시장에서 커다란 비율을 차지하는 치즈생산지로 유명해진 이유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 하우다 시청을 중심으로 펼쳐진 큰 광장에서는 1395년부터 치즈 시장이 열렸지만 1987년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현재는 4월부터 8월까지 매주 목요일 아침마다 하우다 전통 치즈 시장을 재현하며 치즈마을로써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이 곳 하우다는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운하의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 중요한 지리적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이 때문에 두 지역사이를 오가는 물자를 운반하기가 매우 쉽고 용이했다.

또한 해수면보다 낮은 곳에 위치한 네덜란드의 평평한 지형은 젖소가 살기 좋은 환경을 제공했고, 수분기가 많은 땅에서 자라는 풀은 소에게 양질의 먹이가 되어주었다. 질 좋은 치즈를 생산할 수 있던 네덜란드에서는 치즈 생산이 계속해서 늘어났고, 그 중에서도 치즈를 운반하기 좋은 위치를 가졌던 하우다는 자연스레 치즈를 사고 파는 중심시장이 되었다. 치즈는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했기 때문에 장거리 운송에도 문제가 없었다.


 

▲ ‘De Waag’(무게 측정소) 내부.

 


네덜란드어로 상품을 ‘측정하다’라는 뜻의 단어 ‘Waag’는 어느 마을의 중심이나 시장에서 팻말로 찾아 볼 수 있다. ‘De Waag’(이하 무게 측정소)라는건물을 하우다의 중심 광장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1668년 건립된 이 건물의 용도는 건물 이름으로부터 쉽게 추측이 가능하다. 이것은 과거 하우다에서 거래되던 치즈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무게를 재던 건물로, 무게 측정소 역할을 담당하던 곳이었다. 물자이동이 빈번한 도시나 무역항에서는 주로 큰 광장에 시장이 형성되었고, 거기에는 어김없이 무게 측정소가 있었다. 네덜란드에는 하우다를 포함에 상업과 무역이 성행했던 암스테르담,델프트, 라이덴, 하를렘 등에서도 측정소를 찾아 볼 수 있다. 당시 업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모든 세금은 상품의 무게에 따라 결정되었고, 10파운드가 넘어가는 물건은 무조건 이 측정소를 거쳐야했다. 치즈거래가 월등하게 많았던 하우다에서는 1년 동안 약 500만 파운드의 치즈가 측정소를 거쳐 갔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양이 아닐 수 없다. 상인들은 측정된 무게에 따라 세금을 냈고, 세금이 납부된 치즈에는 표시를 하여 합법적으로 유통 가능한 치즈라는 것을 알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건물은 건축가 피터 포스트(Pieter Post)에게 맡겨진 것으로 피터는 헤이그의 마우리츠하우스, 네덜란드 전(前) 여왕이 거주 했던 하우스 텐 보스, 라이덴의 무게 측정소 등으로 이미 여러 차례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었다. 당시 하우다 시청에서는 광장에서 측정소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이 건물 옆에 있던 이웃 건물들을 허물어 버리거나 새로 짓는 건물들에게는 높이 제한을 두는 등 측정소에 상당한 투자를 했다. 건물 정면은 조각으로 장식되어져 있는데, 그 조각을 자세히 살펴보면 터번을 두른 한 남자가 눈에 띈다. 이 남자는 치즈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는 몇 가지 설 중 가장 유력하다고 여겨지는 중앙아시아 유목민에 의한 설을 내포하고 있다. 이 통설에 따르면, 5000년 전의 유목민들은 우유를 동물의 내장으로 만든 주머니에 넣어서 가지고 다녔는데, 이 과정에서 우유가 응고 되며 치즈가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한다.


현재 측정소는 옛 건물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며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담당하고 있다. 1층은 하우다 관광안내소로 사용되어지고 있으며 2층과 3층은 하우다 치즈의 생산과정, 생산 관련 도구, 치즈 시식코너 등을 마련해 하우다 치즈의 역사와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데 기여하고 있다. 한 때, 치즈는 수많은 가정에서 가족 모두가 치즈생산에 매달려 가내 수공업 형태로 생산 되었지만, 지금은 네덜란드 치즈 대부분이 대량 생산을 위해 공장의 공정 과정에 의존하는 추세다. 하지만 하우다를 비롯한 그 일대 지역에서는 여전히 가내 수공업 방식의 치즈를 생산하는 농장이 많이 남아 있어서 네덜란드 치즈의 특별함을 눈으로 익히고 그 맛을 느껴 볼 수 있다.

 

▲ 틀 안에 들어있는 치즈에 압력을 가해 수분을 없애는 도구. 하우다에서는 아직까지 옛날 방식 그대로 치즈를 생산하고 있는 곳이 많이 남아 있다.


네덜란드에서 한 도시를 여행하게 된다면, 그 지역에서 가장 넓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보자. ‘De Waag’와 같은 무게 측정소를 쉽게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치즈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 사람들의 어깨너머로 치즈를 싣고 줄지어 서있는 상인들과 시장에서 구입한 치즈 한 덩어리를 허리춤에 낀 사람들의 모습이 동시에 보일지도 모른다.



주소: Markt 35, 2801JK, Gouda 네덜란드

운영시간: 수~일요일 오전 11시~오후 4시(동절기)

홈페이지: http://www.goudsewaag.nl/

입장료: 성인 4.5유로, 12세 이하 무료


 

‘de Waag’ 정면에 장식된 조각. 치즈 무게 측정을 위해 쓰였던 도구가 나타나있으며, 오른쪽 뒤편으로 터번을 쓴 남자가 서있다.
벨기에 앤트워프와 암스테르담 사이를 이어주던 수로. 하우다는 두 도시의 길목에 위치하여 물자 운송에 유리한 위치를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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