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진의 귀농인 편지 [9]과수키우기
조동진의 귀농인 편지 [9]과수키우기
  • 경남일보
  • 승인 2018.12.1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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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에서 가장 수명이 긴 생명체는 나무가 아닌가 한다. 천년을 넘게 사니 그에 필적할 생명체가 있겠는가. 더구나 움직이지도 못하고 따로이 보약을 먹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오래 살아가는 걸 보면 신령스럽다 아니할 수 없다.


지구상에서 가장 수명이 긴 생명체는 나무가 아닌가 한다. 천년을 넘게 사니 그에 필적할 생명체가 있겠는가. 더구나 움직이지도 못하고 따로이 보약을 먹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오래 살아가는 걸 보면 신령스럽다 아니할 수 없다.


신비한 것은 그 뿐이 아니다. 사람은 손가락이 잘리면 다시 자라지 않지만 나무는 손가락을 잘라 심으면 완전한 나무로 다시 자라나지 않는가! 그리고 지구상의 생명체 중에 우주와 교신을 가장 많이 하는 생명체 또한 나무이다.

땅의 지기와 우주의 기운으로 장수하며 땅의 소식을 우주에 전하고 우주의 이치를 땅에 심기도 하는 것 또한 나무이다. 따라서 나무를 우주수(宇宙樹)라고 하지 않는가. 단군할아버지가 신령스런 나무, 신단수(神檀樹)아래에서 우리민족의 시작을 알리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는 듯 하다.

이처럼 과수를 키우고 그 과실을 수확하면서 접하는 나무에 대해서는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나무의 입은 뿌리 끝, 실뿌리에 있다. 흙속의 영양분이 물에 녹으면 이온 상태로 빨아먹는 것이다. 그런데 탄소가 포함된 유기상태일 때는 먹지를 못하고 무기 상태가 되어야 흡수가 가능하다.

 

▲ 나무는 가지를 꺾어도 다시 다른 가지를 뻗어낸다.


생명체로부터 생성되는 유기거름은 흡수를 못하기에 무기화 시켜주어야 하는데 이런 고마운 작업을 해주는 건 땅속 미생물이다. 따라서 거름이 많아도 제초제나 비료를 남용하여 미생물이 없으면 나무는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한다.

또한 나무 둥치 옆에 거름을 수북히 부어 놓는 것은 별반 효과가 없다. 나무 둥치에서 떨어진 곳에 땅을 파고 묻어야 미생물들이 분해를 하고 그제서야 나무는 흡수를 할 수 있다. 나무의 코는 잎의 뒷면에 있다. 하지만 뿌리에서도 호흡을 한다. 따라서 흙이 단단하면 호흡을 못해서 성장에 문제가 생긴다.

 

▲ 나무 한그루를 제대로 키워내기위해 몇개의 지지대를 해놓은 모습

과수원 땅이 푹신푹신하지 않고 단단하면 나무가 힘들어 하는 이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무 밑에 풀이 어느 정도 있는 게 좋다. 또한 묘목을 심을 때 흔들리지 말라고 땅을 너무 밟으면 좋지 않다. 분을 만들어 주고 버팀목을 세워서 잡아주는 게 좋다. 지지대가 있으면 예초기 날도 피할 수 있고 이식 후 세월이 지나면 무슨 나무인지 잊어버릴 수 있으니까 이름표를 달아주는 게 좋다.

그런 이유로 나무를 이식할 때는 실뿌리가 많을수록 활착률이 높아진다. 이식의 시기는 뿌리의 활동이 미미한 늦겨울이 좋은데 대신 가을에 이식하면 일 년을 벌 수 있다. 사철 상록수는 겨울보다 비가 잦은 장마철에 옮기는 게 활착률을 높인다.

장마가 지속되어 뿌리가 물에 잠기면 호흡을 할 수 없어 영양부족을 타개하려고 나무는 열매를 떨어뜨린다.

자기가 살기 위해 새끼들을 던지는 것이다. 나무의 비정한 면이다. 사실 자연은 인정이 없다. 하늘과 땅은 만물을 생성화육함에 있어, 억지로 어진 마음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 맡길 뿐이라는 뜻의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고 할까.

나무는 햇빛과 바람이 통해야 한다. 그래서 우산을 뒤집은 듯한 모습으로 전지를 해주는 게 좋다. 나뭇가지가 수직으로 뻗으면 표면장력으로 인해 영양분을 독식한다. 소위 도장지이다.

다른 가지가 먹을 것까지 빼앗아 가니까 도장지는 제거해 주고 45도의 각도로 비스듬히 가지를 키우는 게 영양분이 고루 가게 되어 좋다. 싸우는 가지는 당연히 제거해주고 수평이하로 쳐지는 가지도 잘라준다. 그리고 자르는 단면은 비스듬하게 하여 빗물이 고이지 않도록 한다.

넓게 잘린 부분은 별도로 도포제를 발라주어야 썩지 않는다. 나무의 숨겨진 비밀 중 하나는 낮잠을 자는 것이다. 낮 12시부터 오후 두시 사이에 낮잠을 잔다. 이게 무슨 소리인고 하니 오전 중에 왕성하게 하루의 70%의 탄소동화작용을 하고 두 시간 쉬었다가 오후에 30%의 동화작용을 한다. 따라서 삼림욕을 즐기려면 오전에 하는 게 좋다.

또 하나의 비밀은 얼음골사과의 꿀이다. 낮 동안은 탄소동화작용을 해서 탄수화물이 축적되고 밤이 되면 탄소이화작용을 해서 탄수화물이 소모되는데 기온 차이가 커서 차가와지면 나무가 탄소이화작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에 탄수화물이 축적되어 꿀이 생긴다.

밤낮의 기온차이가 많은 곳의 과일이 맛있는 이유이다. 시골에서 과수를 키우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나무의 상식도 알고 우월한 생명체인 나무에게 경외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뜰에 있는 감나무는 과거 먹거리로서도 중요한 것이지만 정서적으로도 안정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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