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시간강사법과 학문 생태계
[아침논단]시간강사법과 학문 생태계
  • 경남일보
  • 승인 2018.12.1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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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시간강사에게도 교원의 지위를 부여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취지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내년 8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소위 시간강사법이라 불리는 이 법은 지난 2011년 12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4차례에 걸친 유예 끝에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는데, 폐지 또는 또 한 번의 시행유예를 결정할 시점에서, 아직 시행되지 않은 법률에 대하여 마련된 개정안이 다시 상정되어 통과됨으로써 개정 8년만에야 비로소 그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시간강사법과 관련한 기존의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담겨져 있지 않아서 여전히 대량해고사태와 학문생태계 붕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시간강사법이 시행되면 시간강사는 1년 이상 임용계약과 재임용 심사를 받을 권리를 3년까지 보장받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방적인 해고가 불가능하다. 대학은 시간강사들에게 방학 중에도 임금을 지급하고 퇴직금 지급과 4대 보험 가입도 의무화된다. 게다가 주당 9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들에게는 교원의 지위도 부여된다. 얼핏 보기에는 시간강사의 지위가 높아지고 처우가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 8년 동안 4차례나 시행이 유예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대학의 재정 부담과 강사들의 대량해고의 위험성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시간강사법을 통해 교원의 지위를 부여받는 강사도 있겠지만 그 반사적 효과로서 일자리를 잃게 되는 강사가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그동안 시간강사법이 시행되는 경우를 대비하여 시간강사 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졸업학점을 줄이거나 전임교수의 강의시수를 늘리는 방법이고, 겸임교수 채용 확대나 대형 강의 또는 온라인 강의 확대도 모두 시간강사 수를 줄여 비용부담을 덜고자하는 것이다. 대학의 교과목은 각 학과의 특성에 따라 편성되는 것으로서 어떤 강의는 1학기에만 개설되기도 하고, 또 학과에 따라서는 전공분야가 세분화되어 있어서 한 명의 강사가 담당할 수 있는 교과목 수가 한 두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학의 입장에서는 시간강사 1명에게 6학점이나 9학점의 강의를 보장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전임교수로 하여금 비전공분야의 과목을 담당하게 하거나 아니면 시간강사가 담당하던 과목을 폐지하고 전임교수가 담당할 수 있는 과목을 신설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학의 이러한 대응을 꼼수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당장의 재정적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대학의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다.

시간강사법의 취지대로라면 강사들이 대학에서 강의할 수 있는 기회가 더 확대되어야 하고 강사들의 삶이 지금보다 더 나아져야 하는데, 대학의 전임교수를 꿈꾸며 혹은 대학에서의 강의를 꿈꾸며 공부한 시간강사나 대학원생들의 미래는 오히려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시간강사법으로 기존의 강사들 중 일부는 고용이 안정되겠지만 나머지 강사들이나 신규 박사학위취득자들은 강의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되고, 대학의 전임교수 채용 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취득해도 강의를 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현실에서는 우수한 인재들이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미래 인재양성을 담당할 학문후속세대의 양성도 어려워질 것이다.

결국 시간강사법이 시행되면 대량해고의 문제뿐만 아니라 대학 교육의 질 저하 및 학문후속세대 양성의 어려움으로 인한 학문 생태계의 붕괴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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