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보낸 무술년
[경일시론]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보낸 무술년
  • 정영효
  • 승인 2018.12.2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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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객원논설위원)
2018년 무술년이 저물고 있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항상 붙어다녔던 수식어가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 하지만 올해는 ‘다사다난’ 보다는 ‘국민들이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방황했던 한해’였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문재인 정부는 ‘나라다운 나라’, ‘다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라는 이상적인 국가 재건을 주창했다. 그리고 출범과 동시에 적폐청산,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파격적인 정책이 추진됐다. 집권 2년 차인 2018년에도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받으며 북한 비핵화를 위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개최,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등으로 이상국가 실현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갖게 했다. 그리고 2018년을 이제 1주일을 남겨 놓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정상적으로 ‘나라다운 나라’, ‘다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이전과 비교해 볼 때 더 나아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특히 기대감이 높았던 직장인, 청년층, 소상공인, 자영업자, 즉 서민층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좌절과 절망이 더 깊었던 한해였다. 직장인, 청년 구직자, 자영업자들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를 보면 ‘2018년이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방황했던 한해’였다는 사실이 단적으로 나타나 있다. 직장인들은 올 한해를 과중하게 보냈다(다사다망·多事多忙)고 했고, 청년구직자들은 형상은 고목과 같고 마음은 불이 꺼진 재와 같이 기개와 용기도 없이 위축돼 한해를 보냈다(고목사회·枯木死灰)고 했다. 자영업자 또한 온갖 애를 썼지만 보람이 없이 한해를 보냈다(노이무공·勞而無功)고 했다. 기대했던 이상과는 달리 서민들에게는 무기력했고, 절망·좌절했고, 고단했던 2018년이었던 것이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소득이 증가한 만큼 소비가 증대하고, 이는 다시 기업과 자영업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또 투자 촉진과 경제성장으로 이어지고, 이는 고용 증대를 가져 오고, 다시 소득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경제구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주52시간 근무제 역시 노동시간 축소에 따른 여가시간이 늘어나 삶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러한 이상적인 기대와는 완전히 다르게 나타났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은 매출 감소에 따른 경영 압박으로 직원을 감축했고, 이는 곧바로 대량 실직 사태가 일어나는 고용 참사로 이어졌다. 근무시간이 줄어든 만큼 임금이 삭감돼 서민층과 사회적 약자층의 소득이 감소됐다. 오히려 소득이 줄고 삶에 더 여유가 없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일자리정부를 표방했으나 고용 현실은 참사 수준이다. 장기화된 경기침체 속에서 자영업자는 아우성이고, 중소기업은 매출 감소에 따른 경영난으로 한숨소리만 가득하다. 청년층은 일자리를 못구해 절망에 빠져 있다. 민생·경제 현실이 심각하다. 소비와 투자 부진은 경제성장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또다시 소비·투자 부진을 가져오는 등 경제 악순환만 거듭하고 있는 게 대한민국 현실이다. 이상은 현실에서 출발하여 혁신이 추구될 때 도달할 수 있는 형이상학적 가치다. 추구하고 있는 이상과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의 괴리가 크면 클수록 현실의 삶만 고단하다. 내년 새해는 현실의 삶이 좀 더 편안한 한해 되길 기원한다.
 
정영효(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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