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백성 이긴 군주는 실패했다’
[경일시론]'백성 이긴 군주는 실패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01.0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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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에 ‘민위귀(民爲貴)·사직차지(社稷次之)·군위경(君爲輕)’이라 했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다음이 나라이고, 임금은 기중 가벼운 존재라는 것이다. 왕이든, 일반인이든, 유명인이든 무명인이든 다를 게 없다. 자신의 탐욕을 제어하지 못하면 재앙을 부르게 된다. 옳지 않은 욕망에 따른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상식과 양심을 지키는 것이 자신은 물론 남의 복된 삶을 일구고 지켜가는 길이라는 옛 성인들이 강조해온 한결 같은 가르침이다. 천하의 백성이 주인이고 군주는 객(客)이다. “군주가 주인이고 백성이 객이 되어 백성은 군주를 위하느라 편안히 쉴 겨를이 없다”는 말도 한다.

정치(政治)는 ‘바를 정’이요, ‘추스를 치’다. 내가 먼저 바르고자 하는 것이 정(政)이고, 내가 바른 뒤에 남이 바로 서도록 추슬러 주는 것이 치(治)이다. 정치란 실이 헝클어졌을 때 빗질을 잘해 제 가닥을 찾아주는 것과 같다. 다산은 “벼슬하는 사람이 두려워해야 할 4가지로 “권력 당국, 감독기관, 하늘, 백성이다”했다. 정치(政治)란 용인(用人)의 예술(藝術)이다. 그간 침묵하거나, 정부·여당을 잘한다고 하던 언론들조차 대통령 주변의 ‘예스맨’들을 갈아치우라는 사설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경고처럼 더 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대오각성, 전반적인 통치스타일을 통째로 바꾸기를 권하는 국민들이 있다. 박근혜 정부는 우병우 수석·문고리 3인방을 지키다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도 야당의 협치 요구를 무시하고 감싸기만 하면 과거 정권 같은 사태도 우려된다.

요즘 저마다 생존을 위해, 퇴출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면서 피를 말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서글픈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경제가 풀리면 이런 혼돈에서 벗어날까 하고 기대했던 많은 민초들이 물가폭등, 실업 등에 분노하고 있다. 경제가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누가 이런 문제를 풀어줄 것인지 확신도 없다. ‘군주민수(君舟民水)’ 고사처럼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민초들이 분노하면 물은 풍랑이 되어 권력자들의 배를 침몰시킬 수도 있다. 무엇이 백성을 분노하게 하는가. 민심을 헤아리지 못하는 데에 있다. 소통이 아니라 불통에서 오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절반은 실업자가 되고 절반은 신용불량자가 된다’라는 우스갯소리가 가슴에서 메아리로 남는다.

대통령을 비롯, 권력자가 불공정 해소라는 명분에만 집착하면 실패할 수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도입’ 등 적폐 청산에선 빛나는 성과를 냈지만 역대 대통령 선호도에서 항상 최 하위권에 맴돈다. 재임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민생이 도탄에 빠졌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취임 후 행보가 시원시원했다. ‘이게 나라냐’며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던 사람들도 “뭔가 바뀌고 있다”며 기대감이 컸지만 불공정 해소라는 명분에만 집착하다가는 실패할 수 있다.

리더가 누구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가도 중요하다. 겸청(兼聽) 즉, 예스맨을 주의하라는 ‘정관정용(貞觀政要)’의 고사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정관 10년, 태종이 신하들에게 “제왕의 대업인 창업(創業:나라를 세움)과 수성(守成:창업을 지킴) 중 어느 것이 더 어렵소?”냐에 수성이 더 어렵다했다. 정관 2년, 태종이 위징에게 ‘현명한 군주와 어리석은 군주는 어떻게 구분하는가?’의 대답은 “현명한 군주는 겸청(兼聽:다른 사람의 솔직한 의견에 귀 기울여 옳다고 생각하는 의견을 받아들이고)하고, 어리석은 군주는 편신(偏信:특정한 사람의 말만 믿는 것)”을 좋아 한다했다. 2019년 황금돼지의 해를 맞이하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율이 긍정률 45.7%보다 부정평가 51.0%로 긍정평가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나친 기우(杞憂)인지 모르나 ‘백성이긴 군주는 모두 실패했다.’
 
이수기(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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