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식량안보와 국제곡물 시장
[경일포럼]식량안보와 국제곡물 시장
  • 경남일보
  • 승인 2018.12.30 12: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영제((전)농림수산식품부 차관·행정학박사)
하영제 전 차관
우리나라 국민들은 식량안보라는 개념에 대하여 무척 둔감한 편이라고 하겠다. 옛날과 달리 주변에 배곯는 사람들이 별로 없기 때문일 것이다.식량안보라는 개념이 국제적으로 처음 논의되기 시작한 시점은 1973년 FAO총회라고 할 수 있다. 그 후 아프리카 대기근(1984-85년)으로 식량안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고, 2007-2008년 식료품 가격의 상승으로 이집트, 아이티, 그리고 카메룬 등 30여개 국가에서 폭동이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는 오는 2050년까지 지구의 기온이 점진적으로 6.4도 가량 올라갈 경우, 인류는 큰 폭의 식량감소를 각오해야 한다고 경고한바 있다. 그리고‘ 로버트 졸릭 (Robert Zoellick)’전 세계은행 총재는 “2010년에 식량가격 상승으로 4천 4백만이 빈곤층으로 전락했고, 식량지수가 10% 상승할 때마다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인구가 1000만명씩 늘어난다”고 주의를 촉구하였다.

일반적으로 곡물은 사람이 먹는 식량과 가공용 원료와 가축용 사료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우리의 실정은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세계 5위 곡물 수입국이다. 우리의 곡물 자급도는 2017년 기준으로 23.4%에 불과하고 2022년 목표치는 27.3%이다. 쌀을 제외한 나머지 곡물의 자급도는 한참 낮다. 모자라는 부분은 당연히 수입으로 메꾸어 나가야 하는데, 국제곡물 시장의 사정이 결코 녹록치 않다. 여기에서 국제곡물 시장의 특징을 살펴보자.

우선 자국의 생산과 소비가 우선되는 초기시장(primitive market)이기 때문에, 수입국이 아무 때나 곡물을 살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자국의 생산량 중에서 먼저 소비하고 남는 일부만 수출하므로, 생산량 대비 교역량이 적은 전형적인 ‘얇은 시장(thin market)’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곡물가격의 변동성이 또한 크기 마련이다.

이와 더불어 국제 곡물시장의 전형적인 특징은 소수 공급자 과점(寡占)시장이라는 것이다. 우선 수출국이 미국과 브라질 등과 같은 농업대국으로 한정되어 있다. 수입국에게 더욱 치명적인 점은 곡물의 국제적 유통량 70-80%가 큰 손인 메이저(major)에 장악되어 있다는 점이다. 마치 국제원유 시장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국제곡물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투기자본이 쉽게 유입되고, 최근 들어 바이오 연료와 사료용 곡물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애 언제든지 수입곡물의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

여기에 더하여 동일 곡물이라 하더라도 대체가 잘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쌀의 경우 우리가 주식으로 하는 ‘자포니카(Japonica)’타입과 동남아 사람들이 주로 먹는 ‘인디카(Indica)타입은 거의 대체되지 않는다. 그리고 세계적 생산량은 인디카 타입이 90% 이상으로서 자포니카 타입보다 월등하게 많다. 이러한 현상도 우리가 쌀을 수입하고자 할 때에는 불리한 부분이다.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곡물은 우리가 자급자족하는 것이 식량안보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일년에 3모작을 할 수 있는 필리핀이 쌀 수입국이라는 사실이 믿어지는가? 필리핀은 그간 인구가 증가하는데도 농업 인프라 정비를 방치한 결과, 태국과 베트남 등에서 쌀을 수입하고 있다. 2008년 당시 국제 쌀값이 250% 폭등하자, 비싸게 수입한 정부미를 지키기 위하여 무장 군인을 배치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우리도 이런 사태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