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봉명다원 원장)
차 곡 차 곡/차 한 잔 / 곡차 한잔/곡차 한잔 / 차 한 잔/흐뭇한 사람 / 맛 중의 맛. 일상에서 보면 새로운 멋은 도전하는 마음을 갖게 하고 옛 것은 본래대로 묻어있어 크고 작은 멋들이 마음을 흐뭇하게 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여행 중에 이방인은 자유분방함 속에 질서가 있고 내면의 깊이는 멋을 자아내고 즐기고 기다림 속에서도 미소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차담을 나누며 꽃을 피우다 보면 차만 우러나는 게 아니라 내 마음도 우러난다. 한발은 땅에 두 팔은 하늘을 향해 내 안의 보물을 끄집어 눈을 떠본다.
‘차’라는 글자를 풀이해보면 자연과 사람을 이어서 자연의 맛을 닮아 내면의 멋은 으뜸이요. 일품요리 물맛이다. 추운 겨울 바다를 그리워하는 내 마음도 멋있고 오늘은 뭘 먹을까? 시래기에 물을 자작하게 붓고 끓인 맛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면 맛이 없어도 맛있고 멋이 없어도 흐뭇하다. 누구와 먹느냐에 따라 맛도 멋도 진정하리라. 몸도 마음도 오므라든다. 난로 위에는 탕관 속 물주전자가 보글보글 끓고 군고구마 익은 냄새가 난다. 장작을 많이 넣으면 고구마 속이 익지 않고 새까맣게 숯이 된다. 중정의 도가 참 멋이요 차도 간이 잘 맞아야 색 향 미가 제대로 나온다.
얼마 전 회식에 베트남어로 대접한다는 간판을 보고 젊은 요리장들의 음식점을 찾았다. 상냥하고 밝은 인사는 추위에 떤 지친 몸을 녹였고 친절한 태도, 여유로움은 어른들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 보여 내 마음은 작은 호수가 되었다. 분위기는 외국여행을 온 듯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하고 TV에서 보든 요리가 접시에 담긴 음식 맛은 멋스러움에 신의 한수였다. 뚝딱뚝딱 요리하는 걸 좋아해 자연과 우리의 손맛을 즐기지만, 세계화에 발맞추어가는 요리장들의 온몸을 태우는 열광은 온 세상이 미래다,
사회는 아직 멋진 모습과 흐뭇한 이야기가 들린다. 젊은 요리장이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을 이웃에 온정을 베풀고 어떤 이는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익명으로 모은 돈을 내놓았다. 사람의 적은 사람이 아니고 마음에서부터 생긴다는 생각이 든다. 진정 우리가 사랑해야 할 사람도 적을 만들고 있지는 않는지 내 맛으로 사는 게 멋이고 멋스럽게 보이면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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