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 횡단보도 새롭게
[경일칼럼] 횡단보도 새롭게
  • 경남일보
  • 승인 2019.01.1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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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차도와 보도가 평면적으로 교차하는 경우 원활한 소통을 위하여 기준이 되는 길에 직각으로 건너는 길을 마련하는 것이다. 자동차 길을 기준으로 사람이 가로 건너게 생긴 길, 이 길은 차의 동선을 세로로 하고 보도를 가로로 규정하여 횡단보도이다.

횡단보도 표지판은 두 종류가 있는데, 주의표지판은 전방에 횡단보도가 있다고 운전자에게 예고하는 것, 붉은 색의 삼각형 테두리, 바탕은 노란색, 바닥표시는 일정한 간격에 검은 선이며 보행자는 검정색으로 걷는 자세이다.

지시표지판은 보행자에게 앞에 횡단보도가 있어 그 길을 이용하라고 알리는 것이다. 하단 직사각형 위에 삼각형을 얹어 오각형이며 바탕은 파란색, 바닥표시는 일정한 간격으로 흰 선이 그어져 있고, 보행자는 하얀색에 좌로 걷는 자세이다. 사각형에는 ‘횡단보도’라는 글을 넣었다.

횡단보도 바닥표시 문양은 어디서 유래된 것일까! 오래 전, 물을 건너기 위하여 돌을 드문드문 놓아 만든 징검다리를 이용하다가 물이 조금만 불어도 통행이 어려워 나무다리로 되고, 돌다리, 콘크리트 다리로 발전된다. 돌다리는 네모 돌기둥 교각을 세우고, 그 위에 횡량을 놓고 다시 종량을 걸어 판석을 깐다. 판석을 한줄 또는 두 줄로 깔 수 있는데 두 줄로 깔면 2차선 돌다리가 완성된다. 이 같은 돌다리의 평면도가 지금의 횡단보도 바닥표시로 자리 잡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일본 동경,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에서 같은 모양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돌다리는 추억의 다리로 되고 물 흐름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원형 교각을 세우고 상판을 콘크리트로 마무리하는 시대가 되었다.

횡단보도 앞에서 두 사람이 대화를 한다. “지시표지판에 사람이 건너가는 그림은 바닥표시 위로 걷는 실제 보행자의 보폭과 다르다” “무슨 소리하는 것이냐” 지시표지판을 가리키며 “성인의 바른 걸음 보폭은 76cm이다. 그림을 잘 봐라! 흰 선 2개에 발이 걸쳐있다. 저 크기는 장년이 성큼성큼 걷는 보폭이라 어린이와 노약자에게 너무 간격이 넓다. 어린이는 보는 대로 따라 하기 쉬운데 어린이 보폭에 맞게 고쳐야 한다!” 일행은 답답하다는 듯 “그림 따로 보행자 따로 생각하면 되지, 무얼 그렇게 따지느냐….”

횡단보도 지시표시판을 보는 보행자는 그림에 맞춰 보폭을 그 크기로 따라 하지 않을까! 이런 우려를 해결하는 방법은 바닥표시의 흰 선 개수를 줄이고 가늘게 하여 간격을 넓힌다. 보행자의 보폭 사이에 흰 선이 들어가는 그림을 그리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합리성을 보장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여러 정황으로 횡단보도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횡단보도’라고 표기할 필요가 있겠는가. 삭제하고 차라리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게 차도 바닥에 ‘좌우 살피기’라는 글귀를 새기는 것이 효과적이다.

횡단보도 바닥표시는 차도를 건너는 방향과 수직되게 흰 선을 그어놓고 보행자가 건너가는 자세를 보여 주고 있다. 이는 돌다리 판석 위를 건너는 모습을 연상하게 된다. 운전자는 차도 따라 운행을 하면 되지만, 보행자는 차도 속에서 좌우를 살피며 건너는 상대적 약자이다.

돌다리에서 콘크리트 다리로 변한지 오래이다. 콘크리트 다리에서 이미지를 따와 이렇게 바꾸자. 횡단보도 바탕표시 선을 보행자 방향으로 좌우 두 줄, 중앙을 점선으로 하면 운전자에게는 가로선이 되어 주의하라는 메시지가 되고, 보행자에게는 보호선이며 점선은 왕복 통행로를 구분되는 경계선이 된다. 보행자가 우측 구역을 걸어가는 그림을 넣으면 횡단보도는 안전 지역, 보폭의 크기 그림에 가타부타 말이 없고 편안한 우측 보행이 확실하게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새해에는 횡단보도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되기를 기대해 본다.
 
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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