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폭풍’ 체육계 각성 올까
‘미투 폭풍’ 체육계 각성 올까
  • 연합뉴스
  • 승인 2019.01.22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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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체육회장 사퇴론 부각
성폭행·폭력사태 안이한 인식
종목 단체 체육회장 신뢰도 추락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체육계 폭력·성폭력 사태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거센 사퇴론에 직면했다.

1차 책임은 관련 사태를 은폐·묵인·방조한 해당 종목 단체에 있지만, 이를 관리·감독·징계해야 하는 상급 기관인 대한체육회의 책임도 작지 않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 회장이 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새로운 회장과 집행부가 들어서 한국 체육의 새로운 시스템을 짜는 게 도리상 맞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 회장과 대한빙상경기연맹 전명규 전 부회장 간의 공방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면서 이 회장의 사퇴론은 정점에 치달은 모양새다. 이 회장이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전명규 전 부회장,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와의 삼자 회동에서 심석희를 상습 폭행한 조재범 전 코치를 대표팀에 복귀하도록 하겠다고 한 발언이 언론에 알려진 뒤 이 회장은 궁지에 몰렸다.

이 회장과 체육회는 올림픽 기간 심석희를 만난 사실이 없다며 발언 자체를 부인해왔다. 그러나 빙상계 적폐로 몰린 전 부회장이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회장의 발언 사실을 다시 소개하면서 이 회장은 막다른 골목에 섰다. 전 부회장은 삼자 회동에서 한 이 회장의 발언을 전하며 “회장님이 보고를 잘못 받은 것 같다”며 “(심석희에게) 저 말에 개의치 말고 경기에 전념하라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전 부회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회장과 체육회는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셈이 된다. 아울러 이 회장이 폭행 피해자인 심석희에게 가해자인 조 전 코치를 살려주겠다고 한 것은 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 가능성에 얼마나 둔감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회장과 체육회는 조재범 전 코치의 성폭행 의혹 사건을 계기로 체육계 미투(나도 당했다) 고발이 잇달아 터지자 관련 대책을 수시로 발표하고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 회장의 현실 인식이 안이하다는 평가가 체육인들 사이에서 나온다.

이 회장은 최근 국가대표지도자협의회, 회원종목단체장과 연쇄 간담회를 열고 체육인들의 반응을 살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체육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회장은 사퇴를 고민한다면서도 현 사태의 수습이 먼저라며 과거에 벌어진 종목별 폭행·성폭력 사건을 이참에 완전히 털고 가야 한다는 점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어 체육회에 당면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자신과 체육회를 흔들려는 세력이 있는 것 같다며 사퇴를 촉구하는 일부 사회단체 등에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체육인은 “중요한 시점에서 체육회를 이끄는 이 회장의 언행이 체육인들에게 큰 믿음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3년 전 선거에서 엘리트 스포츠를 책임진 대한체육회와 생활 체육을 이끈 국민생활체육회의 결합으로 탄생한 통합 대한체육회의 첫 회장으로 당선됐다. 이후 체육회의 경제적 자립과 스포츠 선진국을 향한 ‘어젠다 2020’을 발표하고 의욕적으로 업무를 수행했으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후보 ‘셀프 추천’ 논란,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자원봉사자 ‘갑질 파문’, 측근 인사 체육회 요직 배치 등으로 비판을 받았다. 그러다가 봇물 터진 체육회 미투 고발 운동 후 적폐의 온상이 된 빙상연맹의 광범위한 우선 조사와 책임자 징계를 발표한 직후, 빙상계 폭력·파벌 논란의 배후 인물로 지목돼 온 전명규 전 빙상연맹 부회장과 진실게임을 벌이는 아이러니한 처지에 놓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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