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 합시다!
합창 합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01.2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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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주(초록우산후원회 사무총장)
노병주
노병주

딱 작년 이맘 때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25년만에 동문합창단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아젤리아콰이어’-삼현여자고등학교 동문합창단. 모교의 교화가 사랑의 기쁨을 상징하는 철쭉인지라 ‘철쭉’의 영어이름을 따서 ‘아젤리아’로 이름짓고 연습실을 빌려서 조심스레 첫발을 내딛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감사한 일은 이미 창단 경험을 가지고 있고 합창에 남다른 조예와 열정을 가진 친구가 가장 가까운 곳에 함께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평소 생각하고 있던 동문 합창단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같이 합창단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을 했을 때 그 친구는 단 몇초의 망설임도 없이 흔쾌히 내 뜻을 받아주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였던가!

이후 모든 일들은 단시간에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모교를 졸업한 동문 중에서 전문 음악인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지휘자와 반주자, 트레이너 선생님을 모시는 일도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단원모집 소식에 선배, 후배, 친구들은 동문합창단이라는 자부심과 자긍심에 큰의미를 부여하며 입단원서를 내주었고 매주 정기적인 연습시간을 통하여 기초실력을 다져 나가다보니 합창단으로서의 모양새가 자연스레 갖춰져 불과 창단 4개월만에 축하공연을 시작으로 무려 다섯차례의 무대공연을 치루게 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지금은 올해 6월 창단공연을 확정짓고 전단원이 합심하여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1년도 안된 신생합창단으로서는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모든 결과에는 우리는 하나라는 공동체적 내적 결속력이 가장 큰 몫을 차지했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소리 한번 질러보지 못하고 합창발성이라고는 처음 해보는 햇병아리 단원들이지만 나가 아닌 우리로 함께 호흡하면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온전히 지휘자와 단장을 바라보며 신뢰로서 만들어낸 사랑의 기쁨이요 아름다운 하모니다.

합창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와 더불어 참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 같다.

모든 것을 내려놓게 하고 나를 낮추게 하며 옆사람의 목소리를 경청하게 하고 전체를 위하는 배려와 겸손을 알게 한다. 개개인이 제아무리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다고 해도 그건 아무 의미가 없다. 각자의 목소리가 아닌 조화로운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만 하기에 결국 옆사람의 소리를 들으며 내가 맞춰 갈 수 밖에 없다. 개성있는 나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기에 개인의 감정을 절제해야 하고 연습시간 참여도가 완성도를 끌어올리기에 단원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은 당연히 감수해야 함을 스스로 알게 했다.

지금 우리 사는 세상도 정치도 좀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하나같이 자기 목소리 내기에만 급급하여 여기저기 터져나오는 불협화음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합창하는 사회가 간절해지는 대목이다.합창하는 마음이 절실해지는 이유다.

여러분! 우리모두 합창 합시다.

 
노병주(초록우산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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