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모이와 국어순화교육
말모이와 국어순화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9.01.28 18: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초에 몇몇 지인들이 모인 식사자리에서 ‘스키다시(つきだし)’나 ‘오사마리(おさまり)’, ‘시다바리(したばり)’ 등 일본어는 물론 국적을 알 수 없는 언어들의 사용이 빈번했었다. 국어순화운동이 시작된 지 70년, 지금도 우리의 일상에서는 외래어 사용이 사라지지 않은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까웠다.

국어순화(國語醇化)는 외래어를 토박이말로, 비속한 말을 고운 말로, 틀린 말을 표준어 및 올바른 말로,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바꾸는 것, 즉 우리말을 다듬는 일을 뜻한다. 이 국어순화운동은 1948년 문교부에서 간행한 『우리말 도로찾기』에서 시작되었는데, 일제치하에서 뿌리내린 일본어 단어를 우리말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는 국어를 오염시키는 요소가 저속한 비속어류보다는 막강한 힘으로 밀려온 외래어라는 인식이 컸던 것이다.

현재 상영되고 있는 영화 ‘말모이’가 관람객 300만 명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까막눈 판수(유해진 역)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 역)을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과 마음을 모으는 이야기를 그렸는데, 말모이(사전)를 만들기 위한 전문 학자와 민초들의 노력이 큰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지난 주 국어과 신임교사를 면접하는 자리에서 확인한 바, 이 영화를 관람했다는 사람이 전무했다 사실은 참으로 국어순화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게 한다.

<한글>은 1443년과 1446년에 훈민정음이 창제?반포되고, 1913년 주시경 선생이 국어연구단체 ‘한글모’를 만든 후, 1927년 기관지 ‘한글’을 펴내면서 <한글>이란 명칭이 통용되었다. 그 후 1933년 조선어학회에서 ‘한글맞춤법 통일안’을 제정하고 일제강점기 우리말을 지키려는 한글학자와 민중들의 숱한 고초에 바탕하여 해방 후 1947년 조선말큰사전이 출간되어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이 <한글>을 포함한 언어(말)는 단순히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 그 민족문화의 보고이고 정신의 결정체이기에 그 언어를 지키는 것은 바로 문화와 정신을 지키는 것과 다름없다. 이번 주말, ‘말모이’의 관람을 통해 우리말과 우리의 정신, 국어의 순화를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