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석(전 합천중학교장)
불교에서 말하는 연비(燃臂)란 고행의 한 방법으로 팔뚝을 향불로 지지는 행위라고 합니다. 자기 몸을 태워 부처님 앞에 바친다는 뜻으로 소신공양(燒身供養)한다고도 합니다.
정찬주의 산은 산, 물은 물(성철 큰스님 이야기)이란 장편소설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해인사 백련암 관음전 마당에 불을 피워놓고 어느 스님께서 손가락 연비를 했습니다. ‘반야심경’을 외우며 나무단의 숯불에 손가락을 넣자 손톱이 먼저 타고 살이 문드러졌습니다. 소리를 내며 터지는 뼈마디에서는 푸른빛이 솟았고, 그때마다 “으으으 윽”하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고통 속에 진땀을 쏟아냈으며 이를 참기위해 어금니를 물었으나 별 소용이 없었고 눈에서는 마른번개가 쳐댔다고 합니다.
연비를 한 스님은 다음날 성철큰스님 앞에 불려갔습니다. 성철큰스님께서 안쓰러운 듯이 말씀하셨습니다.
붕대를 풀자 문드러진 검지와 중지가 보였고, 손가락의 크기도 한마디씩 작아져 있었습니다. 그때, 성철큰스님께서 벽력같은 소리를 쳤습니다.
“최 행자야! 나무 갖다 줄 테니 손가락이 아니라 발가락까지 태우지 그래. 이 곰 같은 놈아!”
결국 스님은 발가락은 태우지를 못하고 성철 큰스님께서 내리신 벌을 받았다고 합니다. 우리 속담에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 이승이 낫다”고 한말이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부처님께서 “내 앞에 예물을 놓고 기도하기 전에 그 예물을 가난한 네 이웃을 위해서 먼저 베푼 뒤에 나에게 와서 기도하라”고 하셨답니다.
이는 “내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이라 믿습니다. 죽은 후 영생(永生)의 세계도 중요하지만 공간적 시간적 거리를 떠나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불우한 이웃을 돌보고, 베풀면서 살아가는 삶이 극락세계로 향하는 참 길이 아닐까싶습니다.
공원석(전 합천중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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