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대보름의 추억
어릴적 대보름의 추억
  • 경남일보
  • 승인 2019.02.1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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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봉명다원 원장)
김선미
김선미

오늘은 정월 대보름이다 일 년 중, 달이 가장 크게 뜨는 날이기도 하다. 또 음생원리, 풍요원리를 기본으로 하여 대보름에는 절식으로 약밥 오곡밥 묵은 나물과 복쌈 부럼 귀밝이술 등을 먹는다.

아이들은 쥐불놀이 달집태우기 등 민속놀이를 즐기고 어른들은 달집 짓기와 태우기를 하면서 여신에게 한해의 안녕과 대지의 풍요를 빌기도 한다. 사내들은 달집태우기를 하기위해 한낮부터 뒷동산에 올라 나무를 베어다 나른다. 약간의 기술이 필요한 달집 짓기는 장성한 사내들이 했다. 달집 짓기에 핵심은 가운데 기둥역할을 하는 대나무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얼마나 높이 짓느냐는 것이었다. 이 과정을 잘못하면 중간에 무너져 낭패를 당하기 일쑤다. 특히 이렇게 정성들여 만든 달집은 가끔 다른 동네에서 온 사내들이 몰래 달이 뜨기도 전에 불을 질러버려 허사가 되는 일도 빈번했다. 이 때문에 저녁밥을 먹지 않고 달집을 지켜야하는 웃지못할 일도 있었다. 이는 마을 청년들 간 갈등의 요소가 되기도 했지만 곧장 화해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 동네 아이들은 복조리를 들고 온 마을을 한 바퀴 돌면서 이 집 저 집의 밥을 조금씩 얻어왔다. 보통 7개집을 돌았는데 얻어온 받은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깔을 보여줬다. 이렇게 얻어온 잡곡밥은 아이들의 배를 부르게 보름날 하루를 든든하게 지내게 됐다.

요즘에는 가스로 불을 피우지만 당시에는 특별히 보름날이라고 해서 가마솥에 찹쌀 등을 넣어서 불을 지펴 지었기 때문에 고소하고 윤기가 흘렀다. 이런 밥은 이상하리만큼 배가 빨리 고프지 않았던 것 같다. 친구들과 가마솥 앞에 쪼그리고 앉아 부지깽이로 장난을 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되돌아갈 수 없는 아득한 추억이 되어 버린 보름날의 풍경이다.

지금은 아파트 집집마다 대문이 꼭꼭 잠겨 있고 아래나, 위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시대가 돼버렸다. 아름다웠던 풍습은 세월과 함께 사라졌지만 그 때 그 시절 훈훈했던 정 만큼은 화제가 되기도 한다.

얼마나 인정 많고 지혜로운 우리 조상들의 아름다움인가! 옛날이 그립지만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다. 후 세대에게 우리를 좋은 어른의 모습으로 기억해 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 보름날에 한 해의 나쁜 액을 밀어내고 복을 기원하며 이웃의 소중함을 생각해본다.

일 년 중 가장 크고 둥근 보름달이 뜨는 보름날, 올해는 유난히 더 큰 달이 뜬다고 한다. 가정의 행복과 지역사회의 안녕을 빌어본다.

 

김선미(봉명다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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