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은 누구십니까?”
  • 경남일보
  • 승인 2019.02.26 17: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병주(초록우산후원회 사무총장)
한번은 젊은 청년들과의 간담회 자리가 있었다. 강의를 마친 후 자연스럽게 뒷 풀이를 하는 자리에서 마련된 즉석 간담회였는데 한 청년이 나에게 질문을 했다. “가볍게 질문을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취미가 뭔지 궁금합니다.” 눈꼬리를 살짝 올린 채 엷은 미소를 지으며 훅 하니 치고 들어오는 그 청년의 질문에 순간 내 머리 속은 복잡해졌다. 강의 내용과는 달리 약간의 주제를 벗어난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가볍게라고 말은 하지만 알 듯 말 듯 한 저 청년의 미소와 질문의 의도가 뭘까? 내 강의에 대한 진심어린 관심의 표현인가? 아니면 그냥 한번 해보는 그저 그런 형식적인 질문 중의 하나인가? 아니면 정말로 알고 싶은 아주 일반적인 질문일 뿐인데 내가 그 순수함을 달리 왜곡하여 엉뚱한 생각을 하는 건가? 그때 옆에 있던 또 한 청년이 말문을 열었다. “갑자기 질문을 받게 되면 제가 평소 알고 있던 것들도 생각이 잘 나지 않는데 면접시험 때 자주 받게 되는 취미활동을 묻는 질문에는 어떤 것들을 이야기 하면 되나요?” 내 마음을 들켜버린 건가? 나는 아주 잠깐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그러나 곧 마음의 평정을 되찾고 청년들과의 질문에 같이 생각을 나누면서 나또한 똑같은 생각과 고민 속에 잠시 답변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덧붙여 그래서 평상시의 생각정리와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로 마무리를 하며 그날의 강의와 간담회를 잘 마무리 할 수가 있었다.

우리는 너무나 잘알고 있을 것 같은 자기 자신에 대해 사실은 너무나 많은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 흔한 ‘취미가 뭡니까?’ 라는 질문에도 쉽게 답변을 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음을 보면 말이다. 나는 누구인지, 내가 좋아하고 즐겨하는 것은 무엇인지, 또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기는 아는데 그것을 말로 표현하라고 하면 잘 모른다고 말한다. 하지만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면 그건 잘 모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대충 생각만 하고 있을 뿐이지 사실은 잘 모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펜을 들고 하나하나 자신의 자랑거리를 적어 내려가며 큰소리로 한번 읽어보는 건 어떨까? “당신은 누구십니까?” 느닷없이 받게 되는 이런 직설적인 질문에도 “나는 이런 사람, 참 괜찮은 사람입니다.”라고 자신 있고 당당하게 답변할 수 있도록 말이다. 장담하건대 잠시 후면 하얀 종이 위에서 어느 순간 참 멋지고 괜찮은 자신의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동안 정말 모르고 있었던 전혀 새로운 자신의 모습의 자신을 말이다.
 
노병주(초록우산후원회 사무총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