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은 깨지말자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은 깨지말자
  • 문병기
  • 승인 2019.03.0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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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서부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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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지역 한 작은 선박건조업체인 HK조선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침체된 국내 조선업의 돌파구를 해외시장 개척으로 눈을 돌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HK조선은 최근 러시아 베르쿠트그룹의 자회사인 슬라반카조선소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러시아 극동지역 어선 건조시장에 진출했다.

현대중공업 등 대형조선사가 러시아에 진출해 LNG선박이나 쇄빙유조선 등을 수주한 적은 있지만, 중소조선사가 러시아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조선기술로 선박을 건조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현지 선주들의 선박건조 의뢰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 결과 현재 16척(3000억 원 규모) 이상의 건조 의향서를 받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가 더 기대되고 있다. HK조선이 합작법인을 설립할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 정부의 조선산업 육성정책과 국내 중소조선사의 해외시장개척이란 생각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두 나라 간 협력사업의 첫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대단하다.

HK조선은 수 십년 전부터 작은 어선들을 수리해 온 수리조선소였다. 최근 조선산업의 극심한 침체속에서도 운 좋게 어업지도선 등을 수주하면서 외형을 키웠다. 년간 수 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조금씩 조선소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외형이 커지자 생각지도 않은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인근 마을 몇몇 주민들이 조선소를 상대로 도를 넘는 행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쇳가루와 분진 등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며 관계기관에 수 십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그것도 모자라 도로를 막아 차량통행을 방해하고, 공장까지 무단 침입해 위협을 가했다. 불법에 대해서는 이미 행정이 강력한 조치를 취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조직적이고 더 물리적인 방법으로 조선소를 괴롭혔다. 그렇게 이들의 행동은 수 년간 지속됐고 해결의 실마리는 찾을 수가 없었다.

조선소측은 법적대응에 나섰다. 법원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과 업무방해, 특수재물손괴 혐의 등으로 A씨에게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B씨에게는 4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법의 심판을 비웃기라도 하듯, 언론을 동원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관계기관에 끊임없이 음해성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참다못한 조선소측은 또다시 이들을 법정에 세우겠다며 벼르고 있다.

이 처럼 작은 조선소를 두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들은 뒷맛이 영 개운치가 않다. A씨는 모 정당 지역위원회 간부이고 B씨는 어촌계 대의원 신분이다. 언제부턴가 이 나라가 ‘갑질논란’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가운데, 이들의 행위도 갑질논란과 힘없는 자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해 보인다.

조선소의 불법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위법 사항이 있다면 법에 따라 처벌을 받으면 된다. 그런데도 이들은 물리적 행동으로 조선소를 겁박하고 있다. 여기에 관계기관의 대응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법 테두리내에서 정당하게 집행하면 될 것을, 무엇이 두려워 휘둘리는 지 알수가 없다.

이 조선소에는 수 백명 가족들의 생계가 걸려 있다. 먹고 살기 위해 땀흘리고, 부족한 일감을 찾아 해외시장 개척이란 험난한 길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옛말에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은 깨지말아야 한다고 했다.

 
문병기(서부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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