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 발(足)로 하는 투표를 생각하자
[경일칼럼] 발(足)로 하는 투표를 생각하자
  • 경남일보
  • 승인 2019.03.0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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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제 ((전)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행정학박사)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제를 실시한 의미에 대하여 여러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는 지방자치제 실시 의미를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유의지로써 특정 대상을 선택하는 행동과 연관시켜 다음과 같이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 시장(市場)에 전국의 자치단체가 진열되어 있는데, 고객인 국민들이 특정 자치단체를 선택하여 구입하는 행위”와 같은 개념이라고….

이때의 ‘지방자치 시장’이라고 하는 개념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금융시장 또는 노동시장 등과 같은 추상적인 의미의 시장이다. 그리고 특정 고객이 어떤 자치단체를 시장에서 선택한다고 하는 의미는, 그 고객인 개인이 그곳으로 이사 가서 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하겠다. 미국의 ‘티부(C.M Tiebout)’는 이미 1956년도에 ’발(足)로 하는 투표(vote with feet)‘라는 가설을 제시한바 있는데, 이를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지방자치 시대에 각 개인들은 자기의 선호에 가장 부합하는 공공 서비스-조세부담 조합을 제공해 주는 지역으로 이주하고, 각 자치단체는 경쟁을 통하여 적정한 수준의 지방 공공재를 주민들에게 공급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가설은 한 나라에 수많은 자치단체가 존재하고 각 자치단체별로 주민들의 의사에 따라 공공지출과 조세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으며, 개인들은 아무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자유롭게 지역간 이주가 가능하다는 가정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와 같이 ‘티부’ 가설은 사람들이 자기가 원하는 공공 서비스를 가장 최적 조건으로 제공받기 위하여, 발(足)로 직접 그 지역으로 찾아가는 행동으로 투표를 한다는 모델을 설정하였다. 이에 다른 학자들은 경제적 요인 뿐만 아니라, 교육·교통·주택 등과 같은 사회적 요인들도 사람들이 자치단체를 선택하는데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밝혀낸바 있다.

‘티부’ 가설은 미국의 지방자치제 실시 현황을 바탕에 두고 성립되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필자가 다소 현학적(衒學的)이고 비현실적인 가정을 깔고 있는 ‘티부’ 가설을 언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발전 전략을 수립하는데 시사점(示唆点)을 던져주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티부’ 가설은 우선 사람들이 무슨 이유로 특정 자치단체에서 살기 원하는가를 짐작할 수 있도록 하여 준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어떤 공공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개인에게 제공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다.이와 아울러 어떤 자치단체가 외지인들에게 매력적으로 인식되어 그들이 지속적으로 관내로 유입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이 있는 요소는 더욱 경쟁력을 높이고 취약한 요소는 이를 보완해 나가는 비교우위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리고 후속 연구에서도 드러났듯이 실리를 중시하는 미국에서도 경제적 요인 뿐만 아니라, 교육이나 교통 또는 주택 등과 같은 사회적 요인도 외지인을 관내로 불러들이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본다. 특히 많은 사회적 요소들 가운데서도 교육을 중시하는 우리들의 특성을 감안하면 필자는 그간 관련업무 추진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관내에 경쟁력이 높은 학교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시책이 지역산업 진흥과 더불어 상주인구를 유지하면서도 외지인을 유인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하영제 ((전)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행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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