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맑은 물, 풍부한 물, 숲의 물
[경일포럼] 맑은 물, 풍부한 물, 숲의 물
  • 경남일보
  • 승인 2019.03.0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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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나라가 온통 보를 허물자는 데 지역 거주 농민들은 물 부족이 올 거라고 아우성이고, 환경론자들은 보를 허물어 수질을 보전하고 물 경관을 보호해야 한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이런 형국에 3월 22일은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물의 날은 1992년 제4차 UN총회에서 지정 선포되어 1993년부터 기념하기 시작한 날이다. 갈수록 지구촌의 물 부족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모든 나라가 공동으로 대처해 나가야 하는 필요성에서 제정되었다.

우리나라는 기상특성상 봄철에는 물이 부족하여 농사에 많은 지장을 주다가도 여름철에는 기후변화와 돌발홍수로 인한 재해가 빈발하며, 지질 구조상 대규모의 지하수 개발이 곤란한 실정이다. 연간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9분의 1(세계; 2만6000㎥, 한국; 2900㎥) 밖에 되지 않는데, 물 소비 수준은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한국 209ℓ/1인/1일, 영국 132ℓ, 독일 131ℓ)다. 게다가 수질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물 부족을 부채질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 국토에 대한 산림면적률이 약 64%에 달해 수자원보전에 대한 산림의 역할이 매우 크다. 과거 산림녹화사업의 노력으로 지금은 대부분의 산림이 울창하게 녹화되어 산림이 저류하는 물의 양이 증대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물의 양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나무의 잎이나 가지에서의 차단, 증발산 등의 작용 때문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산림은 너무 울창해서는 안 되며, 솎아베기(간벌)와 가지치기 등 적당한 밀도로 가꾸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숲 가꾸기’를 통해 녹색댐의 기능을 증진시킬 수 있는데, 현재 침엽수인공림의 경우 50% 강도의 간벌을 통해 산림의 수관에서 차단 증발됨으로써 손실되는 수자원량 약 30%, 가지치기를 통해 수목의 잎에서 증산되는 손실량 약 23%를 감소시킬 수 있다. 숲을 아래층에 초본식생과 관목, 중간이나 상층에 아교목과 교목이 성장하도록 복층림으로 만들어줌으로써 산림토양이 저류할 수 있는 물의 양을 증대시키자는 논지다. 산림당국이 숲 가꾸기에 열을 올리는 것도 여기에 근거한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물이 없다면 생명이 존재할 수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몸에서 2%의 물이 부족하면 갈증을 느끼고 사람에 따라서는 5% 이상 부족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따라서 다량의 맑은 물을 확보하는 것은 21세기 복지국가 구현을 위한 최대의 화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수자원 정책의 목표인 풍수해로부터의 국토 보전과 국민의 안전확보, 풍부하고 깨끗한 수자원의 확보 및 공급,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활환경의 조성 등에 더하여 녹색댐을 통한 맑고 깨끗한 다량의 물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된 우리나라가 물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 가운데 가장 자연친화적인 방법이 숲 가꾸기다.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구조조정과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힘을 쏟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숲에서도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이다. 빽빽하게 나무들이 들어차 낮에도 숲 속이 어두컴컴하고 숨도 못 쉴 형편의 숲은 솎아 베어줘 햇살이 들게 해야 한다. 목적을 가지고 잘 자라는 좋은 나무들은 산불에 지켜주고 더 크게 잘 키워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숲이 사용하는 물을 적절하게 조절하여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을 증진시켜 주어야 한다. 그렇게 되었을 때 지금과 같은 보 문제로 국민이 이분되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전공자의 입장에서라면 수량과 수질 차원에서 보 문제 이전에 숲 문제를 먼저 따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숲은 남북 모두에게 그리고 세계적으로 물문제의 중심에 서 있다. 아니 잘 사는 나라의 핵심이다. 세계 물의 날을 다시 새기는 봄이어야 한다.
 
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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