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슬기(진주경찰서 교통관리계 순경)
얼마 전 관내 보행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찾아가는 교통안전 교육을 하고자 진주시 장대동 소재의 경로당을 방문했을 때 한 어르신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한창 무단횡단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있는 와중에 유심히 경청하시던 할머니께서는 “나는 우리 아들 때문에 무단횡단 안한다 아이가! 매일 전화 와가지고 사랑하는 우리 어무이, 무단횡단 절대로 하지 마이소! 이래 말하는데 당연히 안해야지!”라며 유쾌한 웃음과 함께 읊조렸다.
아들은 교통사고로부터 취약한 노인인 어머니에 대한 걱정으로 매일같이 전화를 했을 것이다. 경남지방경찰청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도 교통사고 사망자 319명 중 보행자가 144명으로 45.1%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였으며 이 중 65세 이상 노인 사망자가 158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49.5%인 절반에 해당하였다.
노인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하여 운전자의 보행자 보호 의무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보행자 스스로도 자신을 지키는 안전보행을 습관화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대부분의 노인 교통사고는 도로교통법규에 대한 낮은 인식과 우리 집 앞에는 안전하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무심코 내딛는 무단횡단이 주요인이다. 이러한 인식 개선을 위하여 관내 각 경찰서에서는 안전교육을 받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없는 마을회관 및 경로당 등을 직접 방문하여 찾아가는 어르신 교통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을 통하여 교통사고 사례를 함께 살펴보며 무단횡단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어르신 맞춤형의 교통안전 수칙을 안내하며 준수하여 주길 당부한다. 특히나 길을 건널 때에는 횡단보도를 이용하고 반드시 좌우를 살피며 차의 움직임에 주의하여야 한다. 야간외출 시에는 운전자가 보행자를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하얀색과 같이 밝은 옷을 입거나 신발·모자에 빛반사지를 부착하는 등 보행자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절대로 무단횡단을 하지 않는다며 당당하게 말씀하신 할머니는 매일같이 전화하여 무단횡단하지 말라는 아들의 한마디들이 쌓이고 쌓여 안전한 보행습관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어머니를 걱정하는 아들의 한마디는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하여 경찰서에서 실시하고 있는 어르신 대상 교통안전교육이나 보행자 보호를 위한 시설개선 만큼이나 효과적이다 볼 수 있다. 지금 바로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께 전화 한통 걸어보는 당신이야 말로 진정한 효자가 아닐까 싶다.
차슬기(진주경찰서 교통관리계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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