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행복
작은 행복
  • 경남일보
  • 승인 2019.03.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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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약사)
김태은
김태은

길과 신호등만 보고 앞차 뒤만 따라 다니는 반복된 출·퇴근 시간에 지루함을 지나 지루한 것도 모르는 시간이 반복되는 일상이다. 음악도 들어보고 라디오도 들어 보며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지만 그 또한 일상이 돼간다.

그러던 중 지난 주말 우연히 지인의 차를 타고 퇴근을 했다. 그랬더니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운전대를 놓고 시선을 조금만 돌려도 창 밖에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봄이 왔구나, 봄이 왔겠지, 했었지만 곳곳에 정말 따뜻한 햇살이 내리고 있었다.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목련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벼워 보였고 표정도 한층 밝아보였다. 살짝 창을 내려 보니 봄바람조차 새로웠다. 항상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었을 남강도 새롭게 다가왔고 겨울을 이겨낸 강가의 수양버들도 싱그러운 초록색으로 변해 봄의 정취를 더해 주고 있었다. ‘봄이 왔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정작 나 자신은 봄을 느끼지 못하고 지냈던 것 같다. 시선을 조금만 돌려도 새 봄이 가까운 곳에 있었다.

철학자 칸트는 규칙적인 생활로 유명하다. 이웃 사람들이 칸트의 행동을 보고 시간을 예측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런 규칙적인 생활이 장수의 비결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일상을 벗어나 다른 시각과 관점에서 볼 수 있을 때도 색다른 행복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장수의 비결이 된다.

나는 직업의 특성상 계속 서서 일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고자 굽이 없는 부드러운 신발을 신는다. 같이 일하는 분들을 따라 처음으로 굽이 높은 신발을 신어 보았다. 그런데 새 신발 하나가 생각을 달라지게 했다. 어색한 걸음걸이가 조심스럽지만 재미있다. 조금 높은 굽의 신발을 신었을 뿐인데 사물의 보이는 부분이 다르게 다가온다. 굳이 비교하자면 SUV차량으로 바꾸면서 승용차를 탈 때 볼 수 없었던 진수대교 난간 너머 진양호의 너른 풍광을 보는 것이라고 할까. 항상 마주하던 시선이 달라지니 마주 하는 사람들의 다른 모습이 모인다. 머리 스타일이 이러셨구나, 얼굴이 이러셨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한단 위의 선반의 물건 들이 더 잘 보이고 못 찾던 물건들이 더 잘 보인다.

반복되는 일상에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을 사는 것 같아서 답답함이 있었는데, 아주 사소한 일을 계기로 또 다른 행복을 맛본다. 행복은 또 다른 모습으로 가까이에 와 있었다.

 

김태은(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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