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문화 수도에서 띄우는 아침차담(1)
차 문화 수도에서 띄우는 아침차담(1)
  • 경남일보
  • 승인 2019.03.2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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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헌식(한국차문화수도 진주추진위원회 위원장)
진주를 비롯한 서부경남 지역은 민족의 영산 지리산의 앞뜰 즉 정원을 이루고 있다.

이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들은 어머니 지리산의 든든한 배경으로 가능한 것이다. 모산(母山) 지리산이 지역에 준 또 하나의 선물이 차(茶)이다. 차는 서기 828년 통일신라 흥덕왕 때 대렴공이 당나라에서 가져와 지리산에 심었다는 것이 최초의 기록이다. 이후 진주를 비롯한 하동,사천,산청,함양 등 서부경남은 우리나라 차문화를 이끌어 왔다. 조선후기 침체기를 거쳐 구한말 화려하게 부활한 차문화운동은 우리 지역에서 꽃을 피웠다. 본보는 서부경남이 한국 차문화 수도라는 인식하에 한국차문화수도 진주추진위원회(위원장 정헌식)의 기고문을 5회에 걸쳐 소개한다./편집자주



◇차 한 잔의 의미

언젠가부터 나는 “성공은 평범한 일을 비범하게 하는데 있다.”는 말을 좋아하게 되었다. 이 말은 행복도 평범한 일을 ‘비범’하게 해석함으로써 가능하다는 말로 확장이 가능하다. 아무리 평범한 일이라 할지라도 조금만 다르게 접근하고, 조금만 다르게 해석하다 보면 행복의 진리 역시 그 속에 있다는 이치다. 최근 화제작 ‘일일시호일’이란 영화가 바로 이런 이치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매일매일 좋은 날’.

영화는 ‘차도를 통해 인생을 공부하는’ 내용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차도’에서 무슨 ‘인생’까지나…. 그렇지만, 그럴 수 있다는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차 한 잔이 인생과 행복의 전부라고 생각되는…. 그래서 원작 소설가 모리시타 노리코는 말한다. “차도는 예술이자 철학, 삶의 미학이며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고 계절을 맛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타인을 대접하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작은 차실에서 일시적으로 속세를 벗어나는 ‘작은 출가’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출가(出家)’는 속세를 떠나 스님이 된다는 말인데, 어찌 속세 안에서 출가의 경지를 만끽할 수 있는가? 차 한 잔의 기적이다. 속도와 효율 때문에 오감을 무시하고 살아가는 오늘 우리들에게 나지막하게 들려주는 작가의 ‘소확행’ 이야기다. ‘차실에서 생물로서의 오감을 되찾고’ 뜨거운 물소리와 차가운 물소리도 다르게 들을 수 있다고 말하는 작가, ‘날마다 날마다 좋은 날’을 경험하고 살아가는 그녀가 부럽기만 하다.

그런데, 과연 그럴 수 있는가? 그리고 날마다 좋을 수 있는가? 이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 걸린 허공의 작은 달이 아니라 마음속의 큰 달을 상상해야 하는 문제이다. 인생 역시 자연의 춘하추동처럼 변화무쌍한 삶의 계절을 겪어야 한다. 더운 날과 추운 날, 바람 부는 날과 눈비 내리는 날도 겪어야 한다. 그러나 마음속의 큰 달을 가진 사람은 궂은 날씨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송대(宋代) 무문혜개(無門慧開)선사의 시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봄엔 온갖 꽃이 피고 가을엔 달이 뜨며, 여름엔 시원한 바람이 불고 겨울엔 눈이 내린다. 쓸데없는 생각을 마음에 안 담아두면, 세상은 언제나 좋은 시절이다.” 그렇다. 한 잔의 차는 모든 시름을 잊게 해 준다. 근심걱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성을 다해 우려낸 한 잔의 차는 우리에게 여유를 주고, 그 여유는 잠시라도 잡다한 세파를 잊게 해 준다. 그래서 매일매일 즐거운 날이 되게 해 준다. 차가 주는 가장 큰 유익이 아닌가 싶다.

세상에는 차의 종류도 많다. 그 중에서도 차의 으뜸은 내 고향 하동의 녹차가 아닐까 한다. 그 누가 뭐라고 반박한다 해도, 어릴 적 우리 ‘할매’가 화롯불 위에 올려놓고 하루 종일 우려내어 한 사발씩 따라 주시던 그 ‘잭살차(작설차)’를 넘어설 차는 이 세상에 없다고 확신한다. 그러던 차가 오늘날에는 이곳저곳에서 생산되고 제조되어, 다양한 옷을 입고 우리들 찻상 위에 오르고 있다. 단아한 자세로 앉아 형식을 차려 마셔도 좋고, 그저 아무렇게나 주전자에서 푹 끓인 후 음용으로 한 사발씩 후루룩 후루룩 마셔도 좋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 한 잔의 차를 달일 수 있는 여자는 행복하다. / 첫 햇살이 들어와 / 마루 끝에서 아른대는 / 청명한 아침 / 무쇠 주전자 속에서 / 낮은 음성으로 끓고 있는 물소리와 / 반짝이는 다기 부딪는 소리를 / 사랑하는 사람에게 / 들려줄 수 있는 여자는 행복하다. / 정결하게 씻은 하얀 손으로 / 꽃 쟁반 받쳐 들고 / 사랑하는 사람 앞으로 / 걸어 나갈 수 있는 여자는 행복하다. / 고단하고 가엾은 우리들의 삶 / 그 온갖 시름들 잠시 잊고 / 사랑하는 사람에게 / 가장 은밀하고 그윽한 향기를 권하며 /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여자는 행복하다.” 김혜숙의 ‘차를 권하며’라는 시의 전문이다. 나는 오늘도 차를 달여 마실 수 있어 행복하다. 누군가에게 차를 한 잔 권할 수 있어 행복하다. 우리 모두의 행복이 이런 차 한 잔에 담겨있었으면 참으로 좋겠다.



한국차문화수도진주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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