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불오년의 계영배 교훈
권불오년의 계영배 교훈
  • 경남일보
  • 승인 2019.04.0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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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논설고문)
누구나 인간은 부·명예·권력을 좋아한다. 자신의 신분과 능력에 맞도록 적당한 것은 자신에게도 유익하나, 넘치는 부·명예·권력은 계영배(戒盈杯)에 술을 채우는 것과 같이 손에 쥐어 봐도 아무것도 남지 않고 재앙이 될 뿐이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는 인간이 만든 ‘가장 잔인한 제도’라고 표현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치열한 경쟁에서 단 한 표라도 이긴자가 모든 것을 독차지하는 승자독식을 위한 경쟁이 오히려 승자의 저주가 될 때도 있다.

어느 나라든 대통령선거의 승자독식은 심하다. 승자독식의 정치는 권력의 부패, 무한 갈등을 낳았다. 현직 때 제왕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전직 대통령 11명 중 승자독식 추구로 화가 되어 불행해진 경우가 많다. 많은 승자들 중에는 승자독식을 정글의 법칙으로 착각하고 있다. 승자독식현상은 한국 사회 전반에 비일비재해, 일상적인 푸념거리다. 사실 승자독식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마켓의 법칙이다. 승자독식제도는 강자를 더 강하게 하고, 약자를 더 약하게 만드는 정의롭지 못할 때도 있다.

승자독식의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정도가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의미로 논어의 선진편(先進編)에 나온다. 과유불급과 비슷한 과음을 경계하게 만든 계영배는 넘침을 경계하는 술잔 이란 뜻으로 쓰인다. 계영배는 잔의 70% 이상 술을 채우면 모두 밑으로 흘러내려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권력도 같다. 조선 최고 거상 임상옥은 계영배 술잔을 늘 옆에 두고 과욕을 자제, 재산을 모았다고 전해진다.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의미의 계영배는 70% 이상 술을 채우면 그 술이 밑으로 흘러내리게 만들어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경계하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계영배가 던지는 메시지는 욕심을 부리지 말고 거기에 만족하라는 것이다. 나머지 넘치는 30%는 다른 사람에게 베풀라는 의미다.

승자독식은 인간과 동물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경제도, 권력도 승자독식이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대통령, 단체장 등 선거에 승리한 자에게 줄을 서려는 사람이 늘고, 선거철만 되면 승리가 확실한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한 온갖 백태가 나타난다.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소위 승자독식은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세계에서 압도적인 법칙으로 자리를 잡아왔다. 인간은 수많은 전쟁, 선거 등을 통하여 승자는 노예, 재산, 권력 등의 전리품을 획득하고 분배하며 국가를 점령해왔다. 승자독식의 법칙은 정치권과 같이 스포츠 세계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탈취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구속에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4·13 공천개입 등으로 탄핵-구속되어 현재 선고된 형량이 33년에 벌금 200억원, 추징금 33억원도 승자독식과 ‘권력자 때 계영배의 교훈’을 지키지 않은 것이 큰 원인이다. 현재 선고된 형량이 확정되어 감형·사면이 없다면 박 전 대통령은 모두 33년 간 수감생활을 해야 하고 또 다른 형량이 추가될 수도 있다. 지난 2017년 3월에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은 만 98세에 만기 출소하게 된다.

고사에 “모든 권력자는 잠재적인 폭군이다”는 옛 말 교훈을 새겨들어야 한다. 헌법질서를 짓밟는 적폐는 마땅히 없어져야 하지만 적폐를 빌미로 보복이 있다면 그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수감 된 사태를 지켜보았던 국민들의 마음은 참담했다. 또 다시 전직 대통령의 부끄럽고, 망신과 불행으로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막강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행사하다 빠른 레임덕을 겪은 전직 대통령의 ‘권불오년(權不五年)’후의 불행을 보면 권력은 영원할 수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부자는 베풀어야 하고, 권력자는 아량과 원칙을 지키고 청빈해야 한다.
 
이수기(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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