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복의 세계여행[14] 자메이카
도용복의 세계여행[14] 자메이카
  • 경남일보
  • 승인 2019.04.0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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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푸른 캐리비안의 바다는 미지의 세계로 빠져드는 신비로움을 느낀다.


비행기가 킹스턴 공항에 사람들을 토해 놓는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사람들 중에 동양인은 나 혼자 뿐인 것 같다. 습기를 머금은 따뜻한 바람이 확 불어온다. 시내로 들어가는 차에서 바라본 도시는 적막함과 쓸쓸함만이 느껴졌다. ‘눈을 사로잡는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고 극찬했던 콜럼버스의 말은 전혀 실감할 수 없고 마치 전쟁으로 피난길을 떠나 비어있는 도시의 공허함만 느껴졌다.

오전 8시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햇살에 살이 익어갈 정도다. 아프리카 대륙의 열기와는 또 다른 햇살. 수도 킹스턴을 벗어나서 카리브 해안을 따라 오초리오스(Ocho Rios)로 향했다. 킹스턴에서 오초리오스로 가는 해안도로는 정말 장관이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가 금방이라도 바다로 뛰어들 것 같다. 한쪽엔 녹음이 우거진 수목과 다른 한쪽엔 청푸른 캐리비안의 바다를 두고 달리는 동안은 미지의 세계로 빠져드는 신비로움을 느낀다.

오초 리오스는 전형적인 해변 휴양지이다. 자메이카의 북부해안 정중앙에 자리 잡은 오초리오스는 8개의 강이 흐르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 중턱에는 고급주택으로 보이는 별장들이 늘어서 있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아름다운 크루즈 항과 해변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오초리오스는 북미와 유럽에서 출발하는 카리브행 크루즈의 대표적인 정박지이다. 멕시코 칸쿤과 쿠바, 도미니카로 이어지는 카리브해 크루즈 여행은 이곳 자메이카에서 정점을 찍는다고 할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오초리오스 구경을 마치고 차를 타러 나오는 길에 우리에게 말을 걸듯 말듯 쭈뼛거리며 서있는 애기를 안고 있는 앳된 여성을 만났다. 이름이 ‘나키샤’라는 이 여인은 24살의 나이에 8살과 3살된 아이와 지금 안고 있는 5개월 된 아기까지 벌써 세 명이나 아이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세 아이의 아빠가 다 다르다는 것.



 
야자수 위로 보이는 자메이카의 하늘이 카리브의 정취를 더한다.


몇 마디 이야기 끝에 나키샤의 집으로 같이 가기로 했다. 제법 먼 거리를 차비도 없이 걸어서 온 모양이다. 안내를 하는 친구는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며 계속 꺼려한다. 치안이 안 좋은 자메이카에 몇 안 되는 동양인으로 살면서 워낙 위험하고 험한 꼴을 많이 본 탓이다. 나키샤가 사는 곳은 포트 안토니오에서 조금 떨어진 해변 마을. 마을 입구에 차를 세우고 마을로 조금 걸어 들어가니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바다와 채 1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낡은 슬레이트 지붕으로 허름하게 지어진 집들은 아름다운 해변 풍광과 어울려 잘 지어진 신축 건물보다 더 멋들어져 보인다.



 
물고기를 잡은 원주민


모래사장 위에 금방 통나무배를 끌어 올리는 어부를 만났다. 멋스러운 수염을 기르고 건장한 상체를 드러낸 노인이다. 며칠을 과일만 실컷 먹었던 탓에 생선이 먹고 싶어 방금 잡아 올린 싱싱한 물고기를 몇 마리 팔 수 없느냐 물었더니 호텔에 납품을 해야 하고 일부는 가족이 먹어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팔 수 없다고 한다. 호텔에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가족이 먹을 것이라면 웃돈을 더 주더라도 사겠다고 해도 완강히 거절한다. 포기를 하고 돌아서서 걸어가는데 나키샤가 다시 돌아가더니 물고기를 한 꾸러미 받아서 돌아온다. 나키샤가 애기를 키우며 살아가는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하니 가족이 먹을 고기를 선뜻 내어주더라는 것이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돈을 주고서도 살 수 없던 물고기를 자기보다 못한 이에게 선뜻 내어준 노인에게서 큰 감동을 받게 되는 순간이었다. 멀리서 손을 흔들어주는 노인에게 두 팔 벌려 크게 손을 흔들어 주는 것으로 화답했다.



 
원주민과 함께


나키샤의 집은 주변이 야자수로 둘러싸인, 마을에서도 외떨어진 곳이었다. 멀리서부터 지붕위에 꽂아둔 빨간 깃발이 보인다. 깃발을 본 이후부터 가이드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겠다고 버텼다. 빨간 깃발은 무당집을 표시한다는 것이다. 자메이카는 크리스찬 국가이긴 하지만 한국의 무당과 같은 ‘오비아’라는 무속신앙이 있다. 극도로 악한 마력과 마법을 부린다고 알려져 있는데 전부는 아니지만 오비아는 의뢰인의 돈을 받고 마력으로 사람을 죽이거나 정신병자로 만들기도 하고, 사업을 망하게도 만든다고 한다. 지금까지 나키샤가 보여준 호의를 보면 전혀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는데도 가이드는 출입을 완강히 거부한다. 몇 번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호기심을 버리지 못하고 겁이 나는 걸 무릅쓰고 나 혼자 들어가기로 하였다.

나키샤와 내가 집안으로 들어서자 현관으로 나키샤의 어머니이자 오비아인 여성이 마중을 나왔다. 뚱뚱한 중년의 여성인데 자세히 보니 다리가 하나 없어 목발을 집고 있다. 어두컴컴한 실내는 가구라고는 낡은 침대와 TV가 전부이고, 주술에 사용하는 것인 듯 빨간 큰 북과 알록달록한 천으로 만든 끈들이 걸려있다. 집안으로 들어오자 여태껏 온순하고 나약해 보였던 나키샤가 금방 담배를 꺼내 물었다.

대마초로 잘 알려져 있는 간자였다. 이곳에선 싸게 쉽게 구할 수 있고 길거리에서 간자를 피우는 사람도 쉽게 볼 수 있지만, 순진해 보이던 나키샤가 간자를 피우니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에게 보여 줄려는 듯 간자를 입에 물고 빨간 북을 두드리는데 힘없어 보이던 어린 소녀 모습에서 갑자기 접신이라도 한 듯 힘이 펄펄 나서 북을 두드린다. 컴컴한 실내를 돌며 보이는 특이한 물건들을 보며 머리가 쭈뼛거린다. 나도 슬쩍 겁이 나서 슬그머니 밖으로 나왔다. 나키샤는 새로운 외국인 친구에게 뭐든 자랑하고 싶은 모양이다. 주변에 널린 바나나와 블랙 프룻을 따서 가져다주고 여기저기 안내해 주느라 분주하다.



 
밥 말리의 박물관. 자메이카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밥 말리의 박물관. 자메이카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나키샤와 작별하고 자메이카의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밥 말리의 박물관. 자메이카하면 모두들 밥 말리를 떠올릴 만큼 자메이카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밥 말리 이전의 자메이카는 그저 카리브 해에 위치한 식민지에 불과한 나라였다. 1945년 영국군 대위와 흑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밥 말리는 1981년 36세의 젊은 나이로 죽을 때까지 흑인과 여성의 인권과 평등에 대해 노래했고, 민중의 슬픔과 저항을 노래했다. 자메이카의 토속 리듬에 미국의 흑인음악이 혼합된 레게라는 음악 장르에 그의 사상을 담아 전 세계에 그의 음악과 사상을 알렸다. 자메이카에서 밥 말리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어디에서도 들을 수 있는 밥 말리의 음악은 물론이고, 밥 말리가 믿었던 신체훼손을 엄격히 금하는 ‘라스타파리아니즘’ 종교 탓에 흔히 레게 머리로 이야기하는 드레드록이라는 머리 모양을 한 사람도 많다.

킹스턴의 빈민가 트렌치 타운의 예전 집에 만들어진 밥 말리 박물관은 항상 관광객이 붐비는 곳이다. 입구에는 밥 말리의 얼굴 사진을 붙여놓은 아치형 간판이 있고, 정원에는 기타를 들고 하나를 외치는 밥 말리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내부에는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한다. 밥 말리가 연주했던 기타가 세워져 있는 침실과 생전 음악에 몰두하던 그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자메이카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다가 검지를 치켜세운다. One Love를 나타내는 것이다. ‘No Women No Cry’ 만큼 대표적인 밥 말리의 곡이다. 밥 말리는 자메이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음악과 함께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One Love, One Heart. Let‘s get together and feel alright)하나의 사랑, 하나의 마음. 모두 하나가 되자 그리고 행복해지자.



 
자메이카에서 가장 인기있는 관광지인 던스리버폴(Dunn‘s River Fall)
원주민
원주민 아이
야자수
청푸른 캐리비안의 바다는 미지의 세계로 빠져드는 신비로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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