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잡힌 사고(思考)가 절실하다
균형잡힌 사고(思考)가 절실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04.11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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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용환(법학박사·시인·前사천경찰서장)
빅토르 위고는 “겨울은 내 머릿속에 있고 봄은 내 가슴 속에 있다”고 했다. 완연한 봄 향기가 가슴을 파고드는 4월이 된 것이다. ‘황무지’의 시인 토머스 S. 엘리엇이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하기도 하였다. 이유인 즉 4월이 되면 잠든 뿌리를 봄비가 깨우므로 그는 4월보다 겨울이 오히려 따뜻하다고 역설적으로 말한 것이다. 이처럼 대자연은 동토를 깨우고 기지개를 켜며 희망적으로 싹을 틔우며 꽃을 피우고 있는데 우리의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현실은 암울하기 짝이 없고 편가르기만 일삼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유럽 등 선진국을 여행하다 보면 그 나라 사람들은 합리적이고 균형잡힌 사고의 소유자임을 느낄 수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애쓰고 상대를 존중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데 국내에 들어서기만 하면 모든 분야에서 하나의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너무나 크고 균형 잡힌 사고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우선 정치권에서는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서도 극도의 편향적 시각으로 서로 헐뜯고 비난하기 바쁘고 중립적이어야 하는 사법부마저 균형적 사고는 찾아보기 어렵고 언론도 마찬가지이다. 일찍이 서산대사는 조현지법(調絃之法)을 강조하였다. 부처가 거문고를 고르는 법에 비유해 정진을 너무 조급히 하면 들떠서 병나기 쉽고 너무 느리면 게을러지게 된다고 가르쳤다. 현악기의 줄이 적당히 긴장을 유지해야 제 기능을 발휘하듯 인간의 정신도 적절하게 조율되어야 제 기능이 유지된다는 뜻이다.

한자에 적확(的確)이라는 단어가 있다. 상황에 딱 들어맞아 적절하다는 말이다. 이 말을 학자들은 중용의 의미로도 쓰고 있다. 지금 우리 현실에 적확하거나 중용의 도를 갖춘 인물을 찾아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와 같다.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아니하며 떳떳하고 변함이 없는 중용의 도를 갖춘 리더가 절실하다 할 것이다. 그래야만 3만불 시대에 걸맞은 부강한 나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도에 있어서도 차와 물과 불이 최적의 조합으로 만나 중정(中正)을 이뤄내야 차 안의 신령한 기운을 불러낼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중정은 더도 덜도 아닌 꼭 알맞은 상태를 말하는데, 찻잎을 딸 때에는 계절을 따지고 시간과 날씨도 가려야 하며 덖을 때는 물 기운의 조절이 중요하고 물은 좋은 물이라야 차가 제 맛을 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하나만 잘못되어도 신령의 기운을 불러낼 수 없다고 한다.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에서 자신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는 것이 종말의 시작이고 나만 옳다는 독단은 퇴행과 사회분열로 이어진다고 하였다. 심리학에 자주 등장하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자신의 신념과 같은 정보는 받아들이고 아니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집단사고 역시 결집력이 강한 구성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다른 대안에 대한 충분한 분석이나 토론 없이 쉽게 합의를 이루려는 심리적 경향으로 자신들의 결정에 대해 집단적 합리화를 함으로써 올바른 의사결정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 확증편향이나 집단사고의 덫에 걸려 나 아닌 상대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도 사색당파나 실리와 명분싸움에 혈안이 되다보면 결국 내부 분열로 외세의 침범을 불러일으키고 말 듯이 그런 전철을 이제는 밟을 수 없다. 그래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합리적인 사고를 길러야 할 것이고 섣부른 타인에 대한 평가나 판단을 하지 않도록 노력할 뿐만 아니라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올바른 방법을 가질 수 있어야 할 것이며 현실을 왜곡하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보는 방법을 배우고 타인을 신뢰할 줄 알아야 할 것으로 본다.

주용환(법학박사·시인·前사천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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