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의 포엠산책] 탁목(복효근)
[강재남의 포엠산책] 탁목(복효근)
  • 박성민
  • 승인 2019.04.14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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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목(복효근)

죄 많은 짐승이었을 것이다
딱따그르 딱따그르─

새는
나무에 머리를 짓찧으며
울어야 했을 것이다
벌레나 잡아먹으며 연명해야 하는 생
고달프기도 했겠으나

숲에는
또 그와 같이
구멍 뚫린 나무토막 제 머리를 때리듯 자꾸만 때리며
딱 딱 딱 딱 딱따그르 딱따그르───
벌레 같은 번뇌를 죽여 삼키며 살아가는 생도 있다

깊은 숲에 들지도 못하고
저무는 숲길 언저리에서
딱따그르 딱 딱 딱따그르르───
그 소리에나 부딪쳐 가슴에 허공을 내며
이렇게 벌레처럼 아픈 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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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쪼는 일밖에 할 줄 몰라서 아침이면 나무를 쪼고 어스름 내리면 한 칸 방으로 만들어진 나무둥치에 들어가 겨우 눈을 붙인다.

부리는 닳아 뭉텅해진지 오래, 뭉텅해진 것이 다시 제 모양 찾을 때까지 쉼 없이 쪼아야하는 형벌을 받은 딱따구리. 인간에게 불을 훔쳐 준 죄로 코카서스 바위에 묶여 아침이면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고 밤이면 재생되는 형벌을 받은 프로메테우스. 평생을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며 가족을 부양해야하는 형벌을 받은 이 땅의 아버지. 카뮈의 말대로 부조리가 최고의 진리인 것일까.탁목에서는 부조리한 상황을 숙명적 삶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다.

죄 많은 짐승이었을 딱따구리는 매일을 나무에 머리 짓찧으며 울어야 하고 벌레를 잡아먹으며 목숨을 연명한다. 그러나 생은 그에게만 냉혹한 것이 아니다. 세상에는 딱따구리 같은 생과 동반하는 인간이 있고 숲에는 딱따구리 과의 많은 새가 번뇌(벌레)를 삼키며 동행한다. 저항하며 죽어가는 벌레도 이와 다를 게 없다. 화자는 이러한 고백을 통해 만물에게 억울해마라 다독이는 중이다. 결국 삶이란 세계를 부정하는 저항을 긍정으로 주목하는 시선이 있다는 것을, 그로인해 아직은 살만한 세상 아닌가 하는 것에 마음이 기울어진다. 부조리한 현실에서 부조리한 삶의 조건을 피하지 않는 화자의 눈에 시지프스 신화가 겹쳐진다.



강재남 시인은

 

통영 출생
2010년 시문학으로 등단
제6회 한국동서문학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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