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 엿보기[2] 꽃보라, 꽃비
토박이말 엿보기[2] 꽃보라, 꽃비
  • 경남일보
  • 승인 2019.04.1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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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 시민기자
유난히 긴 꽃샘추위가 이어져 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날은 얼마 되지 않아 서운하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엄청난 불과 때 늦은 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피고 지는 여러 가지 꽃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저 위에 있는 고장에도 벚꽃이 이울었다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이런 때에 알고 있었으면 좋았을 꽃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두 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꽃과 관련된 토박이말 하면 앞서 말씀드린 ‘꽃샘추위’가 떠오르실 것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은 어떤 말들이 떠오르실지 궁금합니다. 꽃이 들어간 말 가운데 ‘꽃보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봄꽃 구경을 가셨던 분들은 아마 모두 다 보셨을 것입니다. 이제 막 핀 벚꽃은 바람이 불어도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벚꽃이 이울 무렵에는 불어오는 바람에 쉽게 떨어져 날리게 됩니다. 이처럼 떨어져서 바람에 날리는 많은 꽃잎을 두고 ‘꽃보라’라고 한답니다.

벚나무를 많이 심어 놓아서 길 위에 떨어져서 흩날리는 벚꽃 꽃잎을 보며 참 예쁘다고 느끼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날리는 꽃잎을 가리키는 토박이말 ‘꽃보라’를 아는 분들은 만나기는 쉽지 않더라구요.

우리가 이 ‘꽃보라’라는 말을 알고 있다면 봄마다 ‘꽃보라’를 보고 ‘꽃보라’라는 말을 너도나도 쓸 텐데 이 말을 쓰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것은 이 말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와 바람에 엄청 많은 꽃잎이 떨어져 날리니 예쁘다.”고 하는 것과 “와 꽃보라가 날리니 예쁘다.”고 하는 것은 참 느낌이 다르지 않습니까? 저는 이런 점이 참 안타깝습니다. 낱말을 아는 만큼 마음껏 내 느낌을 나타낼 수가 있는데 말이지요.

‘꽃보라’라는 말은 ‘물보라’라는 말을 아는 사람은 그 뜻을 어림할 수 있는 말입니다. ‘물보라’는 ‘물결이 바위에 세게 부딪치거나 솟구칠 때 온 데 흩어지는 잔물방울’을 가리키는 말이거든요. 비슷한 말에 ‘눈보라’도 있습니다. ‘바람에 불려 날리는 눈’을 가리키는 말이니 이런 말을 알고 있으면 ‘꽃보라’라는 말도 그 뜻을 어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말을 가지고 이리저리 또는 곰곰이 생각해 보면 몰랐던 말도 그 뜻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게 많은데 그런 버릇이 들지 않아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부터 이런 토박이말을 넉넉하게 배우고 익히면서 그런 생각을 자주 많이 할 수 있게 돕는다면 어른이 되었을 때 저절로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제가 말을 배우는 아이 때부터 우리 토박이말을 가르치고 배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는 까닭도 거기에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다운 말과 글을 쓰며 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꽃보라’와 비슷한 뜻을 가진 말에 ‘꽃비’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비가 꽃잎처럼 가볍게 흩뿌리듯이 내리는 것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기도 하고 ‘꽃잎이 비가 내리듯 가볍게 흩뿌려지는 것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랍니다. 바람기도 없는데 벚꽃 나무에서 비가 오듯이 꽃잎이 떨어질 때 쓸 수 있는 말이 되겠습니다. 이 ‘꽃비’라는 말도 예쁘다고 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쓰는 말이기도 합니다. 다음해 봄에는 ‘꽃보라’, ‘꽃비’라는 말이 많은 분들의 입과 글에 오르내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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