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시달리는 아파트 주민들
트라우마 시달리는 아파트 주민들
  • 김영훈 기자
  • 승인 2019.04.18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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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잠 잘수 없다” “빨리 깨어 내려갔더라면”
핏자국 곳곳에 남아… 심리상담·치료 병행 필요
“잠결에 비명이 들려 걱정을 하면서 다시 잠들었다가 깨어났다. 불이 났다는 소리에 문을 열고 나와보니 계단 곳곳에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지난 17일 밤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해 5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친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18일 만난 주민 이모(30) 씨는 자신이 잠귀가 밝지 않다며 “조금만 일찍 깨어났더라면 어떤 변을 당했을지 알수 없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비몽사몽간 비명소리를 들었던 것같다”며 “대피하기위해 집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주민들이 쓰러져 있었고 범인은 경찰과 대치하고 있었다”고 했다. 잠에서 빨리 깨어났다면 위험한 지경에 빠질수 있었던 상황을 설명하며 가슴이 떨리고 무섭다고했다.

이 씨는 이 아파트 같은 라인에 거주하는 이웃주민이다.

화재가 발생하고 비명소리를 들은 후 급히 피신한 이 씨는 당시 처참한 광경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그는 부모님과 함께 시신을 피해 걸어 나오면서 무슨 상황인지도 모른 채 피해 나왔던 것 같다고 말해 혼란 스러웠던 당시 상황을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이 씨는 “참혹했던 광경이 자꾸 떠올라 밤에 잠을 제대로 잘수 없다”며 “앞으로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릴 것 같다”고 했다.

방화 흉기 난동을 부린 범인 안모(42) 씨 바로 옆집 주민 송모(82)씨는 충격이 더 컸다.

송 씨는 “아들이 옆집에 불이 났다며 깨워 남편과 함께 승강기를 타고 아래로 내려왔다”며 “계단으로 갔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말했다.

불이 난 맞은편 동에 사는 오모(62) 씨는 “사건 이후 딸이 저녁이 되면 섬뜩하고 무섭다며 바깥에 나가지도 않으려고 한다”며 “그날 너무 끔찍한 상황을 목격해 말문이 막힌다”고 말했다.

이 처럼 아파트 주민 대부분이 지난 17일 새벽에 일어난 끔찍한 흉기 난동 사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흉기 난동으로 희생된 여성·어린이·학생·노인들의 충격은 더 크다.

주민들은 안 씨가 불을 지른 4층 집과 불이 번진 위층 등 곳곳에 여전히 시커멓게 탄 흔적을 멍하니 바라봤다.

피범벅이던 303동 비상계단은 대부분 물청소를 해 흔적을 지웠지만, 벽 등에는 여전히 일부 핏자국이 남아 있다.

아파트 청소원은 “피범벅이 된 계단을 청소하면서 희생된 주민들이 자꾸 떠올라 내내 왈칵 눈물이 났다”며 “너무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내 작은 도서관에는 행정안전부와 대한적십자의 심리회복지원센터, 경남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진주보건소 등에서 주민 심리치료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김영훈기자



 
흉기난동 사건 아파트 건물만 봐도 가슴이 ‘덜덜’ ‘방화 흉기 난동사건’이 난 경남 진주시 모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18일 사건 발생 장소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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