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친구와 인성교육
[교단에서] 친구와 인성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9.04.2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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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친구’는 사전적으로 ‘오래도록 친하게 사귀어 온 사람’이란 뜻이지만 수필가 민태원 버전으로 하면 ‘듣기만 하여도 가슴 설레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 속담에 ‘부모 팔아 친구 산다’는 말이 있고 한자성어에도 ‘죽마고우·금란지교’ 같은 말들도 많다. 대중가요에도 조용필의 ‘친구’를 위시해 진시몬의 ‘보약 같은 친구’와 근자의 김정호의 ‘최고 친구’까지 그 수가 많은 것을 보면 우리의 삶에서 친구의 비중이 큼을 알 수 있다.

매년 4·5월엔 여러 학교 동창회가 주관하는 체육대회가 많다. 그 중에서도 동기들이 가장 반가운 그룹이고 곧 친구들이다. 그들을 보면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여 예전 코흘리개도 어엿한 사장이 되어 있고, 단발머리에 수줍어하던 소녀도 중년이나 초로의 여인으로 변해 있어도 반갑긴 마찬가지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친구를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 했고 우리말에서도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 했다. 좋은 친구 감별법으론 ‘뒤에서 칭찬해주는 이가 좋은 친구’라 한다. 16세기에 퇴계와 고봉 기대승은 26살의 나이 차이에도 13년 동안이나 편지로 사단칠정을 논했는데, 한 번도 보지 못한 두 사람은 나이를 초월한 친구일 수 있고, 나이가 같아도 위계가 있음은 영화 ‘친구’의 ‘시다바리’ 발화에서 확인된다. 이 친구는 마냥 좋은 것만 아니어서 대부분의 사기 사건이 친구 관계에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요즘 학생들은 친구 유형이나 사귐의 정도가 많이 변했다. 얼굴 한번 못 본 SNS의 친구도 있고, 상호간 대화보다는 개인의 휴대폰과 보내는 시간이 많기에 서로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줄어서인지 친구의 관계가 예전처럼 돈독하지 못한 것 같다. 근자엔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주로 친구인데, 장난을 빙자해 친구를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경우도 있지만, 장난을 같이 즐기다가 학폭의 가해자로 신고하는 경우도 있어 참으로 씁쓸하다. 그래서 제나라의 관중과 포숙의 관계처럼 ‘지음(知音)’이나 전국시대 조나라의 인상여와 염파의 ‘문경지교’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자신이 힘들 때 도와줄 수 있고 자신의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복심지우(腹心之友) 한명 정도는 사귈 수 있는 인성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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