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역 국립대학 통합의 정도
경남지역 국립대학 통합의 정도
  • 경남일보
  • 승인 2019.04.2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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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호(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경상대학교와 경남과학기술학교의 통합 추진이 가시화되면서 찬반양론이 지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두 대학 간의 통합은 이미 수년 전부터 논의되어 오다 최근 교육부에서 편성한 50억 원의 예산이 국회 소위를 통과하면서 두 대학은 교수회와 동창회의 첨예한 반발을 맞고 있다.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 두 대학이 추진하고 있는 통합에 대하여 필자가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니지만 그 정도(正道)에 대하여 짚어보고자 한다.

지속적인 저출산으로 대학 입학자원이 급격히 감소되어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입학생 미충원 현상이 확산됨에 선제적 대응방안으로 지역대학 간 통폐합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통계에 따르면 2020학년도 고3 학생의 수는 51만 2000명으로 전년보다 6만 명이 넘게 감소했다. 다음 해도 5만 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매년 몇 만 명씩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있음에 일부 지방대는 ‘고사 위기’에 내몰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지난 10년 동안의 등록금 동결 정책과 신입생 충원율이 낮아져 정원이 감축되면 대학 재정난은 심각한 수준으로 빠져 65% 이상의 지방대학들이 살아남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 국립대도 ‘대학의 위기’에 무풍지대로 남을 수 없기에 대학 간 통폐합의 필요성은 당연한 귀결인 것이다. 대학 간 통합은 입학정원을 감소시켜 미충원 현상을 최소화하여 대학운영의 효율화를 꾀할 수 있다. 또한 교육부에서 통합 대학에 대하여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에 정부지원 사업에 전략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에 대학 통합이 추진되려면 최소한 다음의 전제조건이 수용되어야 한다. 먼저 물리적 통합이 아닌 화학적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서로가 자기의 기득권과 우위권을 고수하면서 상대에게는 양보를 요구하면 이는 통합이 아니고 폐합(廢合)이 되므로 성사가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모든 것은 제로베이스에서 1:1로 출발하여 논의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투명성 확보다. 통합이라는 성과물에 급급한 나머지 구성원들의 반대를 염려하여 당사자들은 제외시킨 채 몇몇 행정 보직자를 중심으로 통합을 추진한다면 구성원은 물론 지역사회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반면 과연 통합만이 능사인가에 대한 생각도 충분이 검토되어야 한다. 통합을 한다는 것은 두 기관 아니 최소한 한 기관은 없어지는 것으로 이는 지역의 경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을 유념해 지역민과의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 경남 서부지역의 중심지 진주는 도청의 부산 이전 이래 지속적으로 쇠퇴되어 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근년에 한국은행의 진주지점 폐쇄, 진주 MBC의 폐합, 경남은행의 합병 등이 이어져 결국 경제와 지역발전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규모의 경제’를 표방하는 대단위 대학이 살아남기가 오히려 어렵다. '대마불패'를 표방하는 공업화 시대와는 달리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키워드는 ‘개성화’, ‘다양화’, ‘소량화’라 할 수 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학은 다양한 지식을 특성화시켜 소규모 집단(학생)에게 지식을 창달(暢達)하는 구조인 강소대학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학 간 통폐합을 통한 지방 거점대학 중심의 고등교육 정책은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대학 간 통합논의도 먼저 지역과 시대적 상황에 정말 필요한 것인가를 충분히 검증한 후 논의되어야 한다. 그래도 진정 통합이 필요하다면 지방 국립대학은 지역의 공공재이므로 먼저 구성원을 포함한 지역민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투명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른 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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