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기를 보다가
지난 일기를 보다가
  • 경남일보
  • 승인 2019.04.2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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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남(시인, 논술강사)
이신남
이신남

2013년 2월이라고 날짜가 쓰여 있다. 컴퓨터에 저장된 글에서 느껴보는 지나간 감정들이다. 지금과는 대조적인 것이 너무 많은 그때 그 순간들의 글에서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봄 냄새가 솔솔하다’로 시작된 그날의 일기에는 ‘작은 소쿠리 옆에 끼고 쑥이라도 캐러 나가고 싶은 생각’이라고 적혀있다. ‘거실을 좀 정리해야 할 것 같은데 어쩐지 엄두가 나질 않아 한없이 게으름을 피우며 뱃살에 내 몸을 지탱하기 어려운지 숨을 헐떡이며 컴퓨터 앞에 앉아서 횡설수설이다’ 라고 쓴 것을 보면 마음에 여유가 많았던 날 인 것 같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간들이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아프다.

불과 몇 년 전에 쓴 그날의 글과 너무 대조적인 지난 여름이후 지금의 내 생활. 사랑은 모든 것 감싸주고 바라고 믿고 참아낸다는 고린도 전서처럼 많은 고통을 참아내고 참 오랜만에 집근처 공원을 산책했다. 편안하게 즐기는 한낮의 연애, 그동안 우리는 서로가 바쁜 일상이었고 서로를 챙겼던 시간이 거의 없었기에 함께하는 순간은 슬픈 봄날이고 아픈 봄날이지만 햇살만큼이나 따스한 마음이다. 산책로 가로수 잎들은 연초록으로 눈이 부시다. 한참을 걷다보니 집근처 공원의 파크골프장 주위까지 왔다. 공을 치고 있는 그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운동을 즐기며 한때 홀인원으로 최고의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었던 그날의 표정이 오버랩 된다.

양 옆으로 등나무 꽃이 늘어진 벤치에 기대앉아 온 몸으로 햇볕을 쬐고 있는 노부부가 보여 둘이서 부러운 마음으로 한참을 바라보았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함께였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오늘에 쓴 글을 몇 년이 흐른 후에 다시 읽어 보며 서로가 웃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마음이 어지러운 날들이 많다. 살면서 생각지도 못 한 일들이 몇 번이고 있었지만 그때마다 머릿속으로 정리를 해가며 잘 풀어헤쳐 나왔는데 지금은 정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를 잡고 헤매고 있다. 이해하지 못한 문구를 반복하며 읽고도 이해 못해 페이지를 접어놓고 다시 읽는 책장처럼. 지난 시간의 일상이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 알아가는 요즘 행운의 기회 또한 바라지 않는다. 늘 그랬던 것처럼 정돈되어 있는 책상에서 글을 쓰는 것 보다 주위를 어질러 놓은 상태에서 마음이 더 편안하게 글이 쓰여 지는 것처럼 이해 못한 페이지는 접어놓고라도 책장은 넘겨지기에 하루가 소중한 시간들이다. 책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놓여 있는 것보다 흩어져 있어 오히려 풍성한 느낌이 드는 것처럼.


이신남(시인,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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