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관문공항 동상이몽’ 이제부터
부울경 ‘관문공항 동상이몽’ 이제부터
  • 박준언기자·일부연합
  • 승인 2019.04.2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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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단 ‘김해신공항’ 부적절 결론 내렸지만
추진 무산시키려면 국토부·총리실 ‘첩첩산중’
입지 재선정 가더라도 지자체별 입장차 선명
동남권 관문공항 부·울·경 검증단이 김해신공항(기존 김해공항 확장 프로젝트)이 관문공항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신공항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부산시는 김해신공항을 무산시키기 위해 울산과 경남의 지지를 끌어내는 성과를 거뒀지만, 가덕신공항을 추진하기까지 가야 할 길이 멀다.

◇ 총리실 검증하려면 국토부 협의 거쳐야=부·울·경 검증단은 지난 24일 최종보고회를 열고 김해신공항이 소음, 안전, 경제성, 확장성, 환경 훼손 등은 물론 정책 결정 과정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총리실에 동남권 관문공항 정책 판정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총리실로 공을 넘기기에 앞서 김해신공항 계획을 수립한 국토부와 먼저 협의해야 한다.

국토부는 소음피해를 지금보다 줄일 수 있고, 안전공간도 충분하다며 검증단 결과를 부정했다. 항공 수요 역시 인구감소 추세를 반영했기 때문에 검증단이 오류를 범했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양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조정 절차는 요식행위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절차를 거쳐야 총리실 검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총리실 검증이 ‘만병통치약’ 될까=부산시가 총리실 검증을 끊임없이 주장하는 것은 김해신공항 계획을 수립한 국토부를 못 믿겠다는 것이다.

부·울·경은 정부가 과거 세 차례 진행한 연구결과 김해공항 확장으로는 동남권 관문공항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지난 정부에서 갑자기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총리실에서 공정하게 검증한다면 김해신공항안은 무산될 것이라는 게 부·울·경의 계산이다.

하지만 같은 자료를 놓고 다른 풀이를 한 만큼 총리실에서 검증하더라도 쉽게 결론을 내리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부·울·경은 김해신공항이 정치적 결정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과거와 다른 결론이 나면 이 또한 정치적 결정으로 공격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 입지 둘러싼 부·울·경 입장차도 잠재적 걸림돌=부·울·경 요구대로 김해신공항안이 무산된다고 하더라도 신공항 입지를 둘러싼 논란은 재연될 수밖에 없다.

신공항 입지로 가덕도와 밀양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던 2016년 신공항 용역을 맡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두 곳 모두 부적합하며 김해공항 확장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부산시는 24시간 운영할 수 있는 동남권 관문공항을 건설하려면 가덕도 외에는 답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산시는 김해신공항이 무산되면 본격적으로 가덕신공항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김해신공항 문제에 관해 힘을 합쳤던 부·울·경이 가덕신공항을 놓고서도 뭉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신공항 입지를 가덕도로 하는 안에 관해 경남도와 울산 모두 여러 후보지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입장차를 보인다.

지난 24일 검증단 최종보고회에서 김경수 경남지사는 “가덕도도 검토 가능한 입지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송철호 울산시장 역시 “울산은 과거 가까운 쪽을 선호했다. 밀양, 김해, 가덕도 순이었다. 지금은 울산시민에게 다시 여쭤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과거 부산시와 부산상공회의소가 김해공항을 대체할 신공항을 나홀로 추진하다 힘이 부치자 입지 문제는 차후 논의하기로 하고 같은 영남권인 울산과 경남, 대구와 경북에 지원을 요청하는 바람에 정부의 신공항 추진 결정 후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을 놓고 5개 지자체가 물고 물리는 대립과 갈등을 빚은 선례도 있다.

◇ 대구·경북 부정 여론도 해결 과제=김해신공항은 과거 부·울·경은 물론 대구, 경북 등 5개 시도 합의로 진행된 용역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이 때문에 동남권 관문공항을 다른 방향으로 추진하려면 부·울·경은 물론 대구·경북지역의 지지 또는 묵인을 얻어야 한다.

대구·경북 지역에 통합신공항 건립이 총리실 검증 이후 속도를 내는 등 여건 변화가 있었지만, 동남권 관문공항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는 부·울·경 검증단 최종보고회 이후 공동 입장문을 내고 “영남권 5개 시도 합의 없이 재검증에 동의할 수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들은 “김해신공항 건설은 영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오랜 논란 끝에 관련 5개 시·도가 합의하고 세계적인 공항 전문기관 용역을 거쳐 결정된 국책사업”이라며 “국가와 영남권 미래가 달린 중차대한 국책사업이 일부 지역 이기주의와 정치적 필요에 따라 무산·변경되는 일은 결단코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리실 검증을 위해서는 대구·경북의 합의도 받으라는 것이다.

대구·경북은 물론 부산지역 여론을 한데 모으는 일도 필요하다.

현재 자유한국당이 김해신공항 추진을 주장하고 있고, 같은 당 소속이 단체장으로 있는 부산 강서구 역시 부·울·경 검증단 활동을 비판해 왔다.

부산시는 지난 18일 동남권 관문공항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여론몰이에 나설 방침이다.

부산지역 여론을 한데 모아 추진 동력을 만들고, 울산·경남은 물론 대구·경북까지 우군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박준언기자·일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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