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의 행복한 노래, 창원필콰이어 합창단
보통 사람들의 행복한 노래, 창원필콰이어 합창단
  • 백지영
  • 승인 2019.05.16 1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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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해도 상관없어요♪

내가 원하는 건 지금 이 느낌뿐. 내 심장의 두근두근거림♩

지금처럼만 남아있으면 좋겠네요♬”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 수록곡 ‘City of Stars(별들의 도시)’가 감미롭게 울려 퍼지는 이곳은 창원필콰이어 합창단의 연습 현장. 평일 저녁 시간이지만 단원들은 노랫소리에 맞춰 안무 연습에 한창이다.

창원필콰이어 합창단은 오는 25일 오후 7시, 창원 3·15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연중 가장 큰 행사인 ‘제3회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있다.

이상하게도 공연을 준비하는 단원들의 얼굴에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긴장감을 찾아볼 수가 없다.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연주회이지만 늘 기분은 새롭다. 저마다 흥얼거리는 노랫소리에 행복한 미소만이 어려 있을 뿐이다.

창단 4년차에 접어든 창원필콰이어는 타고난 노래 실력을 갖춘 출중한 사람들만이 모여 각종 대회에 참가하는 합창단이 아니다.

28명의 단원은 나이부터 직업까지 모든 게 다르지만 노래를 좋아한다는 공통분모만으로 의기투합했다. 소수의 음악 전공자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그저 노래가 좋아 취미로 활동하는 아마추어들이다.

교사, 간호사, 회사원, 주부 등 제각기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매주 노래를 부른다. 정기연주회를 앞두고는 평일에도 모여 안무 연습 등 막바지 준비에 구슬땀을 쏟고 있다.

“손을 요렇게”
라라랜드 OST에 맞춰 안무 연습에 나선 단원들 얼굴에 웃음꽃이 떠나지 않는다.


이름은 ‘창원’ 필콰이어지만 단원들은 창원뿐만 아니라 진주, 김해, 함안, 밀양 등 도내 각지에 분포돼 있다. 40~50대를 중심으로 20대부터 6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사람들이 포진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유미정(59) 창원필콰이어 단장은 “창단할 때는 창원에 있던 몇몇 사람들과 시작한 까닭에 명칭을 지었는데,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이제는 ‘창원’이라고 하기엔 좀 민망한 상황이 됐다”고 웃음 지었다.

그는 “선곡이 지휘자의 고유 권한이라 단원들은 자신의 소리를 내기 힘든 대부분의 타합창단과는 달리 우리는 선곡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라며 “여기서는 단원들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원하는 걸 할 수 있다는 매력에 여기저기서 사람이 몰려든 것 같다”고 말했다.


지휘는 창원시립합창단 상임 단원인 류동호(38) 씨가 맡고 있다. 본업인 창원시립합창단에서는 전공자들과 베이스로 노래를 부르고, 창원필콰이어에서는 노래 부르는 일반인들을 지휘한다.

지휘를 시작한 지는 10년 정도 됐지만 종교 관련 혹은 전공생 대상 지휘만 맡아왔던 탓에 3년 전 아마추어들로 구성된 창원필콰이어를 지휘하는 일은 그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처음에는 일반인에게 어떤 노래를 어떻게 드려야 할지 잘 몰랐는데 어느 정도 알게 되니 일반인 합창단만의 재미가 있어요. 다른 곳처럼 상하적이기보다는 유기적인 합창단을 만들려 노력합니다. 단원들과 지속적인 토의를 통해 이들이 잘 소화하는 곡을 선곡하는 과정에서 저와 단원들이 서로를 통해 동반 성장해나간다는 느낌을 받아요”

창원대학교 음악과에서 성악을 전공한 류 씨는 창원필콰이어 지휘를 하며 느끼는 게 참 많다고 했다.

“음악이 좋아 전공하고 직업으로 삼았지만 매일 노래를 부르다 보니 힘들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고 타성에 젖기도 하는데, 창원필콰이어 단원들을 만나면 새롭게 자극받아 다시 한번 열심히 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된다”고 했다.

대학 후배들에게 창원필콰이어 활동을 권한 것도 그런 이유다.

그의 권유를 받고 작년부터 창원필콰이어에서 활동하는 강원석(23) 씨는 “단원들이 정말 열심히 한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 곳은 못 본 것 같다”며 “함께 열심히 하다 보니 악보를 보는 실력이 늘었고, 타 중창단들과 협업해 소리를 합쳐보기도 하는 등 좋은 효과가 나서 즐겁게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단원들도 창원필콰이어 합창단에 엄지를 치켜세운다. 진주에서 참여하는 임종삼(52)씨는 창원필콰이어를 삶의 활력소라고 정의했다.

그는 “합창을 하지만 자기 소리를 죽이지 않고 음악적 끼를 열심히 발산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 좋아 매주 토요일이면 오직 노래만을 위해 진주에서 창원으로 온다”고 했다.

관심만 갖고 있다가 용기를 갖고 입단해 처음으로 합창 활동을 시작하는 단원도 있다.

함안에 거주하는 강경대(45) 씨가 그런 사례다. 아내의 손에 이끌려 창원필콰이어에서 처음으로 합창을 시작했다.

“아내가 같은 취미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해서 함께 입단했습니다. 평소 혼자 노래를 부를 때는 잘한다고 생각하다가 여기 와보니 우물 안 개구리였단 걸 깨닫게 됐기는 하지만 그래도 참 재미있습니다”

창원필콰이어 합창단은 지금까지 합창 대회에 단 한 차례도 출전하지 않고 있다.

김준현(48) 단무장은 “아무래도 대회를 목표로 하면 그 과정에서 단원 간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노래로 소통하고 행복을 느끼기 위해 만든 합창단인데 혹여나 그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 아직은 합창단 본연의 역할인 정기 공연에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간이 지나 기량이 쌓이고 충분히 대회에 나갈 정도가 되면 한 번 정도는 도전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25일 열리는 제3회 정기 연주회는 한국 신진 작곡가의 가곡을 비롯해 크로스오버 오디션 프로그램인 ‘팬텀 싱어’에 나왔던 곡, 영화 <라라랜드> OST 등 다채로운 곡으로 채워진다.


유 단장은 오는 25일 창원 3·15아트센터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제3회 정기연주회가 전 좌석 초대로 진행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유료 공연을 하려면 신경도 많이 쓰이고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잖아요. 그런 거 안 하려고요. 다른 것에 신경 안 쓰고 그냥 즐겁게 노래에만 집중하려고 유료 공연이나 대회는 생각 안 하고 있어요”

그래서일까. 가장 큰 행사인 정기연주회를 앞둔 단원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노래하고 춤을 추고 다들 싱글벙글한다.

소프라노 1명과 베이스 1명이 무대 앞으로 나와 커플처럼 손을 붙잡고 노래를 해야 하는 장면. 베이스의 에스코트가 영 어색해 보이자 뒤에 선 단원들에게서 “안 해봤나. 왜 사람을 끌고 가노”, “은정아 니도 몸을 맡겨라”는 웃음을 꾹 참은 조언이 날아왔다.

간신히 해당 장면을 통과하고 의자에 앉아 손을 잡고 노래를 하는 순서에는 “손 계속 잡고 있기 싫다. 놔라”는 두 단원간의 투덕거림이 들려왔다.

안무 도중 손 방향이 틀린 동료의 모습에 까르륵거리다가도 다시 반주가 시작되면 곡에 맞는 표정으로 돌변해 화음을 맞추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들이 정말 ‘행복한 도전’을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에스코트 후 함께 손을 잡고 의자에 앉아 눈을 맞추며 노래를 불러야 하는 커플 연기 장면이 아직 어색하다. 당사자들도, 뒤에 서 그 모습을 지켜보든 단원들도 웃음을 꾹 참고 노래를 이어간다.
커플 연기를 펼치며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에스코트 해 함께 손을 잡고 의자에 앉는 장면을 아직 어색해 하는 두 단원에게 류 지휘자가 특별 지도에 나섰다.

열정과 유쾌함의 하모니가 바로 이런 것은 아닐까. 김 단무장은 “거창하거나 굉장히 유명한 합창단이 되는 것보다는 단원들 모두가 즐겁게 노래할 수 있는 합창단이 되고 싶다. 단원들이 노래로 행복을 느끼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예정된 취재가 끝나자 유 단장은 “무대처럼 단이 설치된 곳에서는 처음으로 안무 연습에 나섰다 보니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지만 돌아가는 길, 단원들이 몇 번이고 안무를 맞춰봤던 ‘라라랜드’ 시작 곡 ‘Another Day of Sun(또 다른 날의 태양)’이 입에서 절로 흘러나왔다.

글=백지영기자·영상=박현영기자


 

창원 필콰이어 단체 사진
창원 필콰이어 단체 사진2
창원 필콰이어 2018년 정기연주회 단체
창원 필콰이어 2018년 정기연주회
“5월 25일 토요일 오후 7시 3·15아트센터 소극장, 창원필콰이어 제3회 정기 연주회에 꼭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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