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합강정과 화합교육
[교단에서] 합강정과 화합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9.05.2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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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어느 시대건 봄이면 꽃이 피고 여름엔 비바람 불었으며 가을엔 고운 단풍이 세상을 물들인 것처럼, 불화와 갈등 또한 없었던 적은 없을 것이지만 오늘날 한국 사회만큼 대립과 갈등이 증폭된 시절도 드물다. 계층과 빈부의 갈등은 물론 이념과 세대의 갈등은 그 골이 너무 깊어가는 것 같다. 화합이나 통합, 갈등의 해소를 위해 소통과 상생을 얘기하지만 그것은 잠시 울리는 메아리처럼 공허하기만 하다. 하지만 과거에는 반목과 질시 속에서도 우리의 선현들께서는 화합과 통합을 위해 노력했었는데, 그 중 자연 현상에서 삶의 지혜를 얻으려고도 했는데, 그것이 합강정(合江亭)이란 정자명에서도 잘 드러난다.

우리나라에는 합강정이란 이름의 정자가 곳곳에 있다. 가까이 통영시 욕지면에도, 멀리 세종시 연기면과 강원도 인제군에도 있다. 옛 조상들은 두개의 지류나 강이 합해지는 풍광 좋은 곳에 정자를 짓고 이름을 붙였는데, 경치와 역사적 의미에서 그 으뜸은 단연 함안군 대산면 구암로 469에 있는 합강정이다. 이 합강정 뒤로는 용화산이, 왼편엔 의령 지정면 들판이, 앞에는 창녕군 남지면 드넓은 벌판이 펼쳐지는 풍광은 참으로 장관이다.

함안의 합강정은 1633년(인조 11)에 간송당 조임도(趙任道)가 은거, 수학한 곳인데, 남강과 낙동강이 합류하는 곳이라, 학사(學舍) 명으로 합강정사로 불리다가 정자를 짓고 합강정이라 했다. 회봉 하겸진이 쓴 ‘합강정중수기’에 보면 ‘물을 보는데도 그 방법이 있어 반드시 그 연원에서 뜻을 구하는데, 선생은 맑은 자질로 위기지학을 몸소 행했는데, 한강 정구선생과 여헌 장현광 선생의 정신을 본받아 그 덕을 성취했다’고 했다. 즉 간송당은 서로의 학문적 방법과 내용이 달랐던 남명과 퇴계의 정신을 통합하여 자신의 학문을 완성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옛 선인들은 강이 합해지는 자연에서도 그 의미를 찾아 실제의 삶에서 실천하려한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기에 이번 주말, 함안의 합강정을 찾아보고 그 화합과 통합의 의미를 되새겨 볼 일이다.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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