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존경은 자신이 베푼 것에 대한 보답
[기고]존경은 자신이 베푼 것에 대한 보답
  • 경남일보
  • 승인 2019.05.2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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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식(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잠실 야구 경기장에 스승의 은혜 노래가 울려 퍼졌다고 한다. 지난 5월 15일이 스승의 날이었기 때문이다. 삼성라이온스와 두산베어스 선수들이 감독과 코치들에게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부르고 선물을 전달하는 행사를 가졌다. 참으로 훈훈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교권이 무너지고 스승의 권위가 사라지고 있는 이 때 다시금 회복되어야 할 소중한 가치가 되살아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스승의 권위가 무너지게 된 데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회 풍조가 탈권위화 되어가고 윗사람을 존경하는 문화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오죽하면 꼰대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유행처럼 사용되어지고 있다. 어른을 존경하고 따르려 하기 보다는 꼰대라고 비아냥거리는 시대가 되었다. 여기에 학생인권조례 등이 등장하여 선생님들의 위상은 더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현상들이 스승의 권위가 사라진 핵심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런 문제들의 원인을 스승 자신에게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 해도 존경받을 만한 스승은 존경을 받기 때문이다.

최근에 한 훌륭한 교장선생님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보통 학교에서 교장선생님은 최고의 권력자이다. 교직원들은 교장 선생님의 권위적이고,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하는 것에 많은 상처를 받는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관리자는 이상하거나 아니면 더 이상하거나” 그만큼 훌륭한 인품을 가진 선생님을 만나기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학교의 교장선생님은 너무나도 달랐다.

한 예로 행정실의 비정규직 직원이 가족 전체가 참여하는 행사로 1주일간 휴가를 내야할 사정이 생겼다. 보통 방학 때 휴가들을 쓰는데 학기 중에 휴가를 쓰겠다고 말하기가 너무 부담스러워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렸는데 교장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셔요, 건강히 잘 다녀와요” 하고 흔쾌히 승낙을 해주더라는 것이다. 자기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교장선생님이 너무도 고마웠을 것이다.

또 선생님들이 행사로 야외에 나가 보물찾기를 했다. 선생님들이 열심히 보물을 찾다가 교장선생님과 마주치자 “교장 선생님 보물 찾으셨어요?” 하고 말하자 교장선생님은 이렇게 답변했다고 한다. “내게는 선생님들이 보물입니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평상시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런 멋진 말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한번은 교장선생님이 비정규직인 과학실무사가 일하고 있는 교실에 잠깐 들어왔는데 난방 가동을 중지했던 4월이라 실내가 추웠다. “선생님 교실이 너무 춥네요. 감기 걸리겠어요.” 하고 나가더니 바로 손수 온풍기 한 대를 들고 와서 “등 쪽에 틀고 따뜻하게 지내세요” 라고 말했다. 이 실무사는 너무 신나고 힘이나 퇴근시간이 지났는데도 한 시간이나 무거운 짐들을 즐겁게 나르고 정리했다고 한다.

또 비정규직 학교 상담사의 아들이 군에 입대한다는 말을 듣고서 교장선생님은 치킨과 콜라 기프트 상품권을 선물해주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카페를 소개해 주었으며 아들 수료식 때에도 연가를 내줄테니 꼭 다녀오라고 하여 상담 선생님이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이 교장선생님은 계약직으로 일하던 실무사가 다른 학교로 이동하게 되면 축하의 꽃을 학교에 먼저 보낸다고 한다. 그 누가 비정규직 직원을 이렇게 챙길까? 그야말로 감동이다.

이런 미담은 끊이지 않는다.

이런 스승이라고 한다면 어느 누가 존경하지 않을 수 있을까?

존경은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전 미국 대통령 캘빈 쿨리지는 “존경은 자신이 베푼 것에 대한 보답이었다.” 라고 말했다.

꼭 선생님들 뿐 아니라 정치, 종교, 기업, 학교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존경받는 리더가 필요한 시대이다.

김황식(농협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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